천태종  춘 광 감사원장

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간은 누구나 성공을 꿈꿉니다. 회사를 운영하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사람들은 대박을 맛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살이입니다. 때문에 더 많은 고초와 시련이 뒤따릅니다. 고진감래라고 했듯이 고통의 깊이와 시간이 더할수록 성공의 기쁨은 배가 됩니다.

요즈음 남아공 월드컵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이같은 비유에 곁들여 4강에 오른 나라의 선수구성을 놓고 그럴듯한 분석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선 4강에 오르게 된 배경의 공통점에는 감독들이 선수들에 대한 소통과 화합을 우선시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다문화의 특성을 아우러 통합해 낸 리더십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은 마드리드 중심의 카스티야 지방, 바르셀로나 중심의 카탈루냐, 발바오 중심의 바스크가 서로 다른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어 사실상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넓은데, 축구 대표팀 안에서도 문화적 배경이 다른 선수들 간의 대립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스페인 감독은 자신이 마드리드 출신임에도 바르셀로나 출신의 우수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등 ‘통합’에 주력했습니다. 이것이 주효했을까, 스페인은 마침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과의 ‘소통’도 이번 월드컵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허정무 감독은 과거 독불장군 스타일에 고집세기로 유명했는데 이번 월드컵에선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를 북돋우며 소통을 중요시해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독일의 뢰프감독도 선수들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와 애정, 그리고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개인간의 대화, 정보교류 등을 통해 녹슨 전차군단을 ‘최신형 전차’로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써 3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반대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에 의존하다 망신을 당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이 두 나라는 1년에 한두 차례 보기도 힘든 해외파가 많아서 서로 서먹해 하거나 의사가 불통되는 등 내부적인 문제점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우리 불교에서도 화합과 소통은 조직을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제일 원칙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스님들을 일컫는 ‘승가’라는 말도 그 어원을 따져보면 ‘화합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산중공의’라 함은 그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전 승가의 의견합의를 도출해내는 제도입니다.
부처님은 화합과 소통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고 있었을까요?

‘열반경’에서는 부처님이 최후의 안거를 베살리 교외에서 보내기 전 왕사성을 나와 갠지스 강변의 파탈리 마을로 향할 때의 일화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당시 마가다국은 베살리의 밧지족을 공격할 거점으로 파탈리 마을에 성을 쌓고 있었습니다. 전쟁의 기운이 짙게 깔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밧지족이 쇠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 이유로 부처님은 일곱가지의 예를 듭니다. 첫째, 밧지족 사람들은 자주 회의를 연다. 둘째, 화합해서 화합하고 화합해서 결의하고 화합해서 일을 처리한다. 셋째, 예부터 정해진 밧지족의 법을 지킨다. 넷째, 연장자를 존경한다. 다섯째, 밧지족 자녀에게 부당한 결혼을 강요하지 않는다. 여섯째, 내외의 사묘에 공양을 바친다. 일곱째, 성자(아라한)를 보호하고 존경한다.

이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유명한 칠불쇠법(七不衰法, 멸망하지 않는 일곱가지 법)입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도 이 칠불쇠법을 잘 지킨다면 교단이 오래도록 번영할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칠불쇠법의 첫째가 소통이며, 둘째가 화합이라는 점입니다. 회의를 자주 연다는 것은 조직 내의 필요한 정보교류에 있어서 어느 누가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소통이 원만한 구조라면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의미겠지요. 또한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추진하는데 있어서 화합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것도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입니다.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일을 추진하는 것은 독단으로 몰릴 수 있거니와 추진동력이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처님은 밧지족이 갖고 있는 이같은 장점을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실제로 밧지족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마가다국의 공격을 잘 막아내었을 뿐 아니라 오랜기간 풍요한 삶을 이어갔다고 경전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문화와 문명은 첨단과학이 주도해가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앞에서 가족들간 대화는 뜸해지고 기계에 익숙치 못한 구세대는 정보 숙지에 있어서도 홀대받기 일쑤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소통과 화합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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