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열리는 월드컵 열기 만큼 날씨도 매우 뜨겁습니다. 무더운 날씨는 생활의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쳐 자칫 해이해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다잡아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한번쯤 이런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다가 어느날 문득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보게 되는 경험 말입니다.

아버지는 나에게 과연 무엇이길래 싫은 기억을 떠올리며 아무리 거부해도 나의 거울이 되어 남아 있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스님들의 법문에서나 혹은 불교관련 서적을 보시다가 ‘훈습’이라는 말을 접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훈습’(薰習)이란 습관적 행동에 따른 잠재 인상을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훈습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비유를 이렇게 들고 있습니다. 옷은 원래 향기가 없으나 향료와 의복을 함께 두면 그 옷에 향기가 배게 됩니다. 이 경우 의복에 남아있는 향기에 해당하는 것을 습기 또는 종자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대승불교의 유식학파에서는 신·구·의(身口意)에 나타나는 모든 것은 아뢰야식에 남는데 현재 하는 행동은 종자를 훈습하며 나아가 종자는 현재 하는 행동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이를 종자훈습설이라고 부릅니다.

평생 한집에서 같이 생활한 아버지가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종자이므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는 19살부터 시작해 평생 간직한 습관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일기쓰기’였는데 그의 이 습관은 9명의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화목한 가족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명재상 윈스턴 처질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랐습니다. 처칠의 아버지는 언제나 ‘로마제국 쇠망사’의 문장을 암기하고 연설하고 글을 쓸 때 인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그대로 보고 자란 처칠은 아버지가 했던 그대로 이 책을 수없이 읽으며 지혜와 교훈을 얻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좋은 습관은 미혹을 없애는데 있습니다. 미혹이란 다른 말로 번뇌를 말합니다. 번뇌는 인간의 심신을 어지럽히고 괴롭히기 때문에 반드시 끊어야 할 고리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미혹에 빠지지 않으면 자식 또한 미혹에서 헤맬 이유가 적어집니다. 따라서 인간이라면 항상 이성에 의한 행동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본능에 끌리는 행동은 축생에 가까운 법입니다.

습관이 아름다운 이에게는 늘 향기가 나기 마련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향기로운 이는 누구의 이목에 아랑곳 않고 좋은 습관을 실천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바라문 종족의 비사국에 카루바와 다리바라는 두 명의 왕자가 있었습니다. 두 왕자 모두 착하고 총명했으나 형인 카루바는 일찍부터 출가의 뜻을 굳히고 있었습니다. 카루바는 늙은 부왕을 생각하여 출가를 결행치 못하다가 결국 부왕이 죽자 출가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곤 동생 다리바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리바 역시 동생인 자기의 왕위계승은 부적절하다며 부왕이 돌아가신 직후 나라살림이 어려우니 나라를 안정시킨 후 생각해보자 하였습니다. 카루바는 다리바의 의견을 존중하여 왕위에 올랐고 나라를 안정시킨 후 처음 다짐대로 출가의 길에 올랐습니다. 모범적인 수행으로 카루바는 니치선인이라 불리며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그럴수록 니치선인은 자신의 수행을 다잡으며 남들이 기꺼이 내준 음식이 아니면 절대 입에 대지 않겠다는 서원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산길을 걷다가 길가에 열린 과일을 발견하고는 시장한 나머지 몇 개를 따서 먹었습니다. 또 몇 일 후에는 너무나 목이 말라 잠에서 깨어나 다른 사람의 물통을 자기 것인양 착각하여 물을 모두 마셔버렸습니다. 다음날 사실을 알게 된 물주인이 용서를 하였지만 니치선인은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잘못을 용서받지 못하겠다. 그러니 너희들이 나를 벌해주기 바란다.” 이에 제자들이 정히 그렇다면 왕에게 죄의 있고 없음을 가리자며 동생 다리바왕에게로 가서 판결을 구했습니다. 다리바왕은 산의 과일은 공동소유이며 남의 물을 마신 것은 주인이 잠결에 이루어진 일로 용서를 하였으니 죄가 없다고 위로해도 니치선인은 거듭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마침내 다리바왕은 형을 위해 모든 죄수들 뿐만 아니라 동물들을 방생하게 했습니다. 비사국은 더욱 부강해지고 국민들은 수행자의 높은 덕을 칭송했습니다.

이렇듯 좋은 습관은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특히 아버지의 습관은 아들로서는 종자가 되므로 인생농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부처님을 일러 사생의 자부라 합니다. 모든 중생의 자애로운 어버이라는 말입니다. 부처님을 종자로 삼아 실천행을 쌓는다면 인생의 대전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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