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상스러운 말 닮는 청소년
욕설·거친 말 경전에서도 경계
욕의 수렁에서 아이들 건져야

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주인공은 매일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다. 아내가 그 이유를 묻자 유학을 다녀와도 할 일이 없고, 모임을 만들어도 서로 우두머리나 되겠다고 분열하는 이 사회가 술을 권한다고 말한다. 최근 한 개그맨은 잔뜩 술에 취해 혀 꼬부라진 소리로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냐?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쳐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개그를 보면서, 일제시대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칼이 곤두선다.

요즘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은 욕에 취해 사는 듯하다. 그들의 대화는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 그렇다고 그들이 특정 인물에게 적대감이나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욕을 하고 그걸 즐긴다. 얼마 전 한 여대생이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폭언을 퍼부어 큰 문제가 된 적도 있었거니와, 그 여성이 내뱉은 말은 차마 대학생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순하고 치졸한 어휘와 욕설의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말이 거세지고 강해진 것은 임진왜란 이후의 일이라 한다. 임란 이전에는 ‘고(鼻)·갈(刀)·곳(花)’ 등으로 발음하던 것이 전쟁 후에는 ‘코·칼·꽃’ 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랜 전쟁을 치르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그만큼 거칠어졌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욕에 취해 사는 것은 그들의 정신이 그만큼 삭막하고 황폐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아이들은 재미삼아 욕을 하다 버릇이 되었을 뿐이다.

청소년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욕을 배우고 사용한다. 그 중에는 인터넷이나 영화 같은 매체가 있고, 그것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하다. 인터넷 검색창에는 욕과 관련한 사이트가 줄줄이 이어지며, 영화(특히 조폭이나 형사가 나오는 영화)는 욕의 경연장이나 진배없다. 나는 수업중에 기회 있을 때마다 제발 욕 좀 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사정하다시피 하는데, 시나리오 쓰는 이들은 욕을 안 쓰면 글이 안 되는 못된 병에라도 감염되었는지 육두문자만 늘어놓고 있다.

청소년이 욕을 하는 것은 어른이 먼저 욕을 하고 전파시켰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성직자조차 상스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게 우리 사회의 풍속도가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욕을 한다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한 경전에는 “객쩍은 말, 중상하는 말, 거친 말, 욕하는 말, 거짓말로 서로 시샘하고 서로 다투어 착한 이를 미워하고 성자를 미워하는 것은 오악 중의 하나”(《무량청정평등각경》)라는 경구가 있다. 또 다른 경전에는 열 가지 악업 가운데 “거짓말, 이간하는 말, 거친 말, 객쩍은 말” 등 네 가지를 들어 구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경계한다.

최근 우리말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지저분해졌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라는 것은 외국 언어학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인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걸 모른 채 모국어를 더럽히고 흠집내는 일에 몰두해 있다. 예전에는 국어학자들이 방송에 나와 국어순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으나, 요즘 그 많은 국어선생들은 뭘 하는지 욕설과 비문(非文)이 창궐해도 모른 척한다. 국어를 아름답고 바르게 쓰는 국민운동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욕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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