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춘 광 감사원장

불자 여러분!
이제 날씨가 더워져서 완연한 여름이 되었습니다. 습도가 높아서 불쾌지수도 높고, 그래서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으면 화를 내서 몸도 힘들어지고 다른 사람들과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물론 우리 불자 여러분들이야 바깥 경계가 어떻게 변하든 관계없이 항상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여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으실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혹시 TV나 신문을 통해서 태국의 소요 사태에 대해 들어보셨겠지요? 우리들에게는 국민의 대다수가 불교도인 ‘불교 국가’로 알려져 있고 많은 불자들이 태국 불교 성지를 순례하는 여행도 다녀오는 등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가깝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실제로 이 나라를 지탱하는 버팀목은 첫 번째가 불교이고, 두 번째가 국왕과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라고 합니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고, 때로는 갈등이 커져서 학생 시위나 군부 쿠데타로 위기에 놓였을 때 이것을 중재하는 곳이 불교 승단과 왕실이었고, 어떤 경우에든 이 중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태국의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이런 중재를 받아들여 물러나는 쿠데타군에 대해 보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쿠데타 이전 상태로 원상 복귀하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외부인에게는 미담에 가깝게 보이는 과거 태국의 이런 모습은 극단을 배격하는 ‘불교의 힘’이라고 관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이런 미담과 아름다운 전통이 더 이상 태국 사회에서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언론에서 ‘노란 셔츠’·‘빨간 셔츠’라고 부르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끝까지 싸우겠다”는 극단이 태국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왕실과 승단도 일정 부분 관련이 되어있고 그래서 갈등의 조정과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어쨌든 지난 5월 19일 외신에 따르면,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70여 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부상하는, 마지막 상황에 이른 뒤에야 반정부 시위대가 항복하고 유혈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해열제나 진통제를 써서 일시적으로 열을 내닌 응급 처방이라 언제 또 다시 극한적인 상황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태국 전역을 감싸고 있는 적막감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태국의 상황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경로로 들어오는 외신을 종합해보면 전 총리 탁신과 주로 도시 빈민층이 중심인 그의 추종 세력들이 왕실과 중산층·지식인 그룹들에게 오랫 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해외 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가 계속해서 반정부활동을 펼치면서 그 내용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국내로 전하고 때로는 선동에 가까운 언행까지 감행하여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탁신 전 총리가 귀국하지 못하고 외국을 떠돌아야 할 정도로 죄가 컸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든 국가수반을 지낸 인물이 국가 위기의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처님을 가장 오래도록 가까이에서 모셨던 아난존자의 이야기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제자들이 칠엽굴에 모여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법(法)과 율(律)을 모아 편찬하기로 하였습니다. 율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우팔리 존자가 율을 암송하기로 한 데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지만 부처님 법에 대해 가장 많이 들어 알고 있는 아난존자가 그것을 암송하는 문제를 두고는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비구니 출가를 끝까지 막지 않았고 ‘버려도 되는 소소한 계율이 무엇인지?’에 대해 부처님께서 살아계실 때 확인을 하지 않았으며 아직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 되지 못하였으므로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아난존자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나처럼 부처님을 오래도록 잘 모신 사람이 없는데 나한테 이런 억지떼를 쓰면 어쩌란 말이냐? 그래 마음대로 해라.”며 화를 내고 결집 장소를 떠나가 자신이 따로 모든 일을 추진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난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 잘못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중의 화합을 위해 허물을 인정하고 여러분께 용서를 빌겠습니다.” 아난존자는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경전 암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고 시작되는 경전의 거의 대부분은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게 된 것입니다.

탁신 전 총리나 다른 태국 지도자들도 아난존자의 이 말을 곰곰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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