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4대강 반대 필연적
문수 스님 소신공양 계기로
저항형태 전면 재조정해야

4대강 사업은 누구나 인정하듯 정부의 개발 사업이다. 물론 개발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세계는 지속발전이 가능한 상생의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생명의 그물망 구조 속에서 더 이상의 인간 위주 개발은 자연 생태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목을 죄어 결국 공멸의 길로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어떠한 성격의 사업인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며 미래세대에 물려줄 아름다운 국토를 토건 사업장으로 만들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미래 지향적 사업도 아니면서 단지 현 정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토건 집단을 위한 사업에 불과하다.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존재의 연기적 관계를 설하는 불교계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못해 필연적이다. 4대강에 깃들어 있는 뭇생명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 행태에 대하여 지율 스님으로 상징되고 여주 여강선원과 서울 한강선원으로 대표되는 불교계의 움직임은 생명에 대한 대자대비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중생으로 회향하는 장엄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수행에 정진하던 문수 스님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중지하고 힘 없고 소외된 이를 살피라는 서원과 함께 소신공양을 올렸다.

이 세상 뭇중생에게 올린 그 소신공양의 뜻은 불자라면 누구나 잘 안다. 무주상의 지극한 공양이자 동시에 중생에 대한 폭력적 상황에서 불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비폭력의 저항이다. 베트남 전쟁 때 더 이상의 폭력을 멈추라는 저항의 의미로 베트남 승가에서도 소신공양이 이루어졌고 이는 국제적인 반전운동으로 이어졌다. 세계가 비로소 불교의 비폭력 저항의 실천을 접하면서 그동안 일본 선불교와 티벳 불교를 통해 명상이나 철학적 사유로만 알던 불교에 대하여 새로이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당시의 승가를 이끌던 틱낫한 스님은 국제적으로 달라이 라마와 함께 불교를 상징하는 이가 된다.

문수 스님의 치열한 실천을 보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불교계의 구체적인 실천을 고민해 본다. 미국쇠고기 확대 수입에 대한 백만 시민의 반대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나 과거 여러 행태를 볼 때 현 정권은 결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고야 마는 불도저 정권이다. 눈이 있어도 보지 않고 귀가 있어도 듣지 않는 정권에 대한 정항은 어떻게 실천적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그것은 서두르지 말며 단기적이고 소모적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할 수 있다. 현 정권과 같은 불도저 유형에 대해서는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단기적이고 소모적으로 해서는 우리의 힘만 소진될 뿐이고 자멸하게 된다. 문수 스님 소신공양을 계기로 불교계는 그 뜻을 받들어 저항의 형태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이제 불교계의 4대강 반대운동은 축제의 형태로 즐겁게 자체의 힘을 축적하면서 서서히 끈질기게 저항해야 한다. 결코 서두르지 말고 일종의 종교적 문화 운동의 형태로 생명 존중과 뭇존재의 연기적 관계를 선포하면서 지속적으로 해 나갈 때 불교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한국불교가 산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치열한 고민을 안고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중생과 함께함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님이 남긴 소신공양의 빛을 널리 밝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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