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에서 가장 우려하던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 관계나 미국·북한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중국·일본·러시아가 맞대고 있는 동아시아의 정치 질서와 역학 관계를 뒤흔들 충격적 사태입니다.

   최근 미국과 북한간의 긴장 역시 결국 핵 문제가 원인이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어 핵 무기가 테러 단체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우려합니다. 9.11 테러까지 겪은 터라 미국의 긴장감은 대단히 높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 보유를 정치적으로 막지 못할 경우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려 들어 좁은 땅이 폐허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태의 무력 충돌이라도, 그것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경우에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한국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핵실험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그것이 곧 남북 모두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인연 소산입니다. 북한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도 그럴만한 인연이 모여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 인연을 제대로 살펴 교훈을 얻는 것이 부처님 법을 따르는 사람들의 도리일 것입니다.

  북한 핵실험은 물론 북한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핵실험을 선택한 북한 당국의 행위가 주된 원인입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이라는 인연이 오직 북한 당국의 행위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국가적으로 볼 때,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 등의 선택과 행위가 직, 간접 원인으로 얽혀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미국이나 일본은 북한을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태를 풀어가려면 모두가 자신이 제공한 원인을 직시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우선 북한 당국은 핵실험이 가져올 파국적 위험을 중시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즐겨 선택하는 소위 벼랑 끝 전술은 끝없는 긴장만을 이어갈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적대적 긴장의 균형으로 얻어지는 생존은 근본적으로 아슬아슬한 것이어서, 항상 파국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견실한 평화와 국가 발전은 국가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할 때라야 성취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 역시 기존의 대북 관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 해 보아야 합니다. 기존의 대북 포용 정책이 결국에는 북한에게 군비나 대주고 있는 소모적 퍼주기 외교라는 야당의 비판을 정부와 여당은 진지하게 경청해야 하며, 야당 역시 감정적 대북 강경론에 휘말려 들지 않도록 냉정해야 합니다. 남북의 적대적 대립 관계는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 위해, 당근과 채찍 정책의 현명한 조절을 위해 여야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북한 핵실험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당파적 유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여야의 논쟁은 어디까지나 국가 전체의 안녕과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대국적 안목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대권에 눈멀어 이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미국도 기존의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강경 일변도의 대북 압박만으로는 이 사태를 풀어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자신의 무력만을 믿고 힘의 논리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것은 현명치 못합니다. 강자일수록 약자를 대할 때는 관용과 포용, 이해와 설득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의 과도한 대북 강경책이 결국 북한 핵실험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과연 얼마나 진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중국은 항상 자신이 중화주의적 패권과 야심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나 정책을 중국의 패권적 이익에 맞추어 선택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대북 정책이나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일본은 북한 핵실험 사태를 일본의 군비 확장이나 핵무장의 빌미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군사 강대국인 일본은 호시탐탐 핵 보유국이 될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일제의 군사 침략으로 인한 고통을 생생히 기억하는 아시아인들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크게 우려합니다. 동아시아인들은 일본의 우익 세력이 정치 일선에 나서는 현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북한 핵실험을 자신의 군사적 야심을 채우려는 빌미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됩니다. 우익의 군국주의적 향수를 떨쳐버리고 진정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태도와 노력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북한 핵실험은 북한 당국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나라에게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분노와 공포에 의한 힘의 논리보다는, 관용과 배려의 자비의 논리가 진리다운 것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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