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설하신 5계 중
‘거짓말 하지 말라’ 계율
세속 정치서도 지켜져야

정치에서 거짓말은 불가피한 것인가? 왜 정치에서는 거짓말쟁이가 활개를 치고 다닐까? 누구나 이런 의문들을 한번쯤 가져보았을 것이다.

물론 왕이 통치하던 시기에는 정치에서 거짓말이 용인되었다. 그래서 정치학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플라톤도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고상한 거짓말(noble lie)’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정직으로 다스리면 좋겠지만 ’자기가 뱉은 말을 조금도 개의치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재주를 가진 군주들이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고 종국에 가서는 언행일치를 보여주었던 군주들을 정복했던’ 역사적 예들이 무수하기 때문에 통치를 위해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썼다.

그러나 국민이 주인인 현대 국가에서는 거짓을 가지고 올바른 정치를 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치에서 거짓말이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민주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인물과 정책을 선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올바른 선택이 가능하다. 정직은 민주정치를 지탱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붓다가 설하신 5계 중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계율은 정치에서도 기본 계율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영역에서 아직도 거짓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한 바 있다.

그녀에 의하면 정치영역에서의 진리는 철학적 진리나 종교적 진리와는 달리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사실적 진리(factual truth)’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리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철학적 종교적 진리는 불변성을 지니고 있지만 정치영역의 사실적 진리는 일시적이고 가변적이다. 사실적 진리의 타당성은 자명한 것이 아니라 증언이나 사람들의 동의여부에 달려있다. 정치영역은 무수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곳이고 사실적 진리가 상이하게 인식되거나 의도적으로 윤색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정치영역에서 거짓말쟁이는 사실을 청중의 이득과 만족, 심지어는 기대치에 들어맞도록 제조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훨씬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실적 진리는 수많은 사건들과 연계되어 있어 하나만을 떼어서 거짓말을 하면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어떤 정치집단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지어내어 통째로 사람들을 속인다.

정치에서 진실은 이와 같이 취약하고 거짓말의 유혹은 크기 때문에 거짓말이 많이 통용되고 정치인들이 불신을 받게 된다. 더구나 후진적 정치풍토에서는 상대방의 진실을 거짓으로 몰고 엄연한 사실을 조작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

이런 거짓말을 정치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일이다. 정파에 따라 정치적 주장은 다를 수 있으나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일은 엄중히 가려내야 한다. 또한 학자, 정권과 독립적인 고등교육기관, 언론 및 시민단체 등에 의해 진실을 밝히는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거짓말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시간과 진실 앞에서 패배하게 되어 있다. 정치세력과 연계된 거짓말은 어느 땐가 물러가야 할 정치세력과 운명을 함께한다.

진리는 우주법계에 충만한데 손바닥으로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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