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불교학은 학술적으로 규정된 용어는 아니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응용불교학회를 만들고 관련 학자들이 집중해 여러 가지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왜 응용불교학이 필요한가? 

 한국에서 불교학은 상당부분 사상과 교리, 경전내용의 연구에 집중돼 왔다. 이러한 연구는 대부분 종교적 신념체계를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부처님의 성도 이후 전개되어 온 불교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문화적 현상, 그 밑바탕을 이루는 사상체계 등에 대한 연구로 전문화됐다.

그러나 불교학의 학문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불교는 종교적 기반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 그것은 불교학의 학술적 성과가 불교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교 교세의 위축이 불교학만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불교학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실천 지향적이고, 현대사회에서 적실성을 갖춘 새로운 연구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응용불교학의 연구내용과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불교학의 연구문제를 응용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불교의 기본교리에 대한 불자들의 인식을 조사하는 데 있어 조사방법을 도입해 연구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수행, 교학체계, 근본교설 등과 같은 불교학의 관심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사회과학의 경험적, 실증적, 규범적 연구 방법들을 동원할 수 있다. 승가와 재가 공동체, 교단의 운영, 의사결정, 신도들의 종교성, 신행활동 등과 같은 영역의 문제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불교학의 연구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분야는 보다 적극적으로 응용불교학적 연구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과제를 불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계층 간의 갈등관리, 사회복지, 상담, 의사소통, 범죄, 성차별, 이해관계의 대립, 사회적 의사결정, 공익과 사익의 조화 등 수많은 사회과학의 연구주제들은 불교의 가치관이나 이념, 혹은 교리와 역사, 불교문화, 불교수행 등의 제이론과 실천체계를 연계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불교의 여러 이론이나 교리, 학문적 성과 등 불교와 관련된 여러 학문적, 실천적 체계들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과학에서 추구하는 이론이나,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응용할 능력을 갖춰야만 연구가 가능하다.


 불교학은 인문학, 역사학, 철학 등과 같은 전통적 연구방법에 주로 의존해 왔다. 종교의 이념과 가치관, 사상, 교리의 표현, 종교사 등은 독특한 학문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불교 속에 내포돼 있는 종교 활동은 주로 사회학의 하위 영역에 속한다. 종교인, 종교성, 종교활동, 종교단체, 종교와 사회와의 교류, 종교적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종교문제, 종교조직, 재정, 종교의 사회적 기능 등과 같은 제영역의 문제는 전통적 불교학 연구방법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은 영역의 문제들은 종합과학적 방법과 시각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불교학과 사회과학의 학제적 혹은 응용불교학적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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