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취업난·성범죄
꼬리 물고 돌아가는 악순환
젊은이들 여유·낭만·용기 시급

대학생을 대상으로 우리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 셋을 들고 해결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대다수 학생들이 저출산, 취업난, 성범죄를 짚었다. 해결책으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출산휴가와 출산장려금 증액, 공공육아시설 확충, 범죄자 처벌법 강화가 제시되었다.

이 방안은 얼른 보면 명답인 것 같지만 그다지 훌륭한 답은 아니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경제적 부담이 줄게 되면 아이를 기르기에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삶의 근본적인 문제가 간과되고 있음을 놓칠 수 없다. 제도나 사회적 부추김이 플러스알파가 될 수는 있어도 우리 삶의 실질적 기반을 지탱하고 확장시키는 힘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개척하는 힘은 삶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 촉발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때, 지금 우리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출산은 남녀의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기적은 계산을 불허하는 새롭고 무한한 세계를 창출한다. 뿐만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와 아이디어와 생산적 재화를 생성시킨다. 이것의 속성은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이어서 예측 불가능하다. 어떤 통계 연구자가 ‘아이 하나를 낳아 기르는데 필요한 돈이 몇 억’이라는 불필요한 통계수치를 발표한 것은 우리 사회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는 이십여 년이라는 행복의 시간을 빠뜨린 계산이면서 미래가 불확실한 청춘들을 주눅 들게 하고도 남는 수치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삶은 손익계산이 불가능하다. 지금의 청년들을 낳은 장년층에게 물어보라. 그들에게 첫아이가 태어날 무렵, 재산이 얼마 있었는지, 그리고 아이를 기른 뒤에 얼마나 줄었는지 늘었는지. 필자가 알기로 그들은 미래를 계산하지 않은 세대다. 삶과 사람에 대한 무작정의 사랑과 헝그리정신에 이끌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주역들이다. 그들을 낳은 윗세대들은 어떤가? 그분들은 창조의 원리에 통달한 사람들이다. “아이는 제 먹을 것을 제가 갖고 태어나는 법”이라며 전쟁의 폐허 위에 대책 없이 아이들을 낳았다. 무슨 배짱이었을까? 과연 오늘날 젊은이들의 삶이 그들보다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취업은 사람을 돕는 일이다. 인간사회는 크고 복잡하고 정밀한 연기적 집합체이다. 어떤 일로라도 사람을 돕지 않는 직업이란 존재할 수 없다. 취업이란 사람끼리 서로 돕는 거대한 메커니즘에 소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도움을 받아줄 사람이 적어지면 일자리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미발령교사들이 데모를 하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그들에게 가장 빠른 해결책은 그들 안에 있다. 돌아가서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 교육부가 무슨 수로 발령을 낼 수 있겠는가? 출산과 취업이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저출산이 취업난을 낳고 취업난이 범죄를 증가시키면서 문제가 서로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악순환이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젊은이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정책이나 제도보다도 사랑할 여유와 용기와 낭만이 아닐까. 뭐니 뭐니 해도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아이를 낳는다. 건강한 가족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며, 사랑은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삶의 위대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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