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절판 유언
철저한 무소유 실천 의미
나눔 확산으로 뜻 기려야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며 우리 사회에 무소유 바람이 불고 있다. 다름 아닌 법정 스님의 저서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해 웃돈을 주면서 법정 스님의 책을 사려고 난리법석이 났기 때문다.

이런 모습에 스님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스님께서는 무소유를 마지막으로 실천하기 위해 절판을 유언으로 남기신 건데 사람들은 그 유언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법정 스님을 진정으로 존경한다면, 스님의 무소유 철학에 공감을 한다면 그런 욕심 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스님이 입적하신 후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그것이 법정 스님의 열반을 귀하게 만들고 법정 스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1년 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셨다. 김수환 추기경은 떠나시면서 안구를 기증, 2명의 시각장애인이 빛을 찾았다. 그 후 장기기증자들이 평소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언론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사회에 사랑의 나눔을 남겼다고 연일 보도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나눔이란 교훈을 남겼고 사람들은 그 나눔을 조용히 실천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법정 스님의 열반이 남긴 교훈 무소유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태도는 매우 미흡했다.

그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법정 스님과 관련된 작은 인연 한 가지를 소개하려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다. 법정 스님께 솟대문학을 보내드린 적이 있다. 솟대문학은 장애를 가진 문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이다.

스님께서는 솟대문학을 보고 답장을 보내셨다. “문학에는 장애, 비장애 구분이 없으니 장애 때문에 움츠러들 필요 없다”면서 솟대문학이야말로 가장 맑고 향기로운 책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책을 받았으니 책값을 보내신다고 하면서 100만원을 주셨다.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큰 선물까지 받고 보니 너무나 황홀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흥분이 됐는데 그때 받은 감격이 솟대문학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힘이 됐다. 스님께서 1만 원 짜리 장애인문예지를 100만 원 짜리로 만들어주신 것에 고무되어 장애인 문예지라고 무시하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었다.

스님은 당신은 무소유로 철저히 비우시면서 우리 사회 소외계층에게는 가치를 높여주시는 나눔을 실천하셨다. 방송을 통해 알았지만 스님이 학비를 지원해준 학생들이 많은데, 스님은 결코 장학사업이란 명칭도 사용하지 않은 채 조용히 도움을 주셨다.

법정 스님의 나눔은 불교의 무주상 보시 실천으로 무소유 철학에 기초를 둔 나눔이다. 법정 스님은 평생 그렇게 자신은 낮추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높여주셨다. 이렇듯 스님의 무소유는 나눔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어리석은 중생들은 그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욕심으로 스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그 헛된 욕심을 버리고 법정 스님이 남기신 마지막 가르침인 무소유를 나눔을 통해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법정 스님의 열반을 의미있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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