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봄기운이 완연해졌습니다. 남녘에서부터 피기 시작한 갖가지 꽃이 우리 금수강산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며 진한 향기를 풍겨 우리 기분을 환하게 해줍니다. 농부들은 농사 준비에 바쁘고, 학생들은 새 학년을 맞아 공부에 정성을 다 하고 있습니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날짐승과 들짐승들도 기지개를 켜고 새 집을 짓고 후손을 퍼뜨리느라 더욱 바쁜 계절이 봄입니다. 이처럼 봄이 되면 우리 모두 바쁘게 지내게 되어 더욱 활기를 찾게 됩니다.

불자 여러분!

올해는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과 의원, 시도 교육감을 뽑는 선거를 치르는 해입니다. 모든 권력과 책임이 중앙으로 집중되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된 뒤로는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방 정부의 권한·역할과 책임도 커졌기 때문에 지자체 선거가 있는 올해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선거 때가 되면 곳곳에서 말이 난무합니다. 특히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가능한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선 여부가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모든 입후보자들의 입에서 옳은 말만 나오고 거짓이나 다른 후보에 대한 비방 선전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정치 세계에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거나,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을 해서라도 우선 당선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모든 후보자와 정당의 말 이 언론,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세상이라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말을 했다가는 혹 당선이 된다고 하여도 당선 무효와 형사처벌을 받는 일이 있어서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치인들에게서는 아직도 바른 말·옳은 말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올해 지자체 선거를 맞아 후보자들의 기본자세가 어때야 할지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구들이여, 네 가지 법을 구족한 사람은 ‘참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넷이 무엇일까요? ‘참되지 못한 사람’은

첫째,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비난거리를 드러내지요. 그러니 물었을 경우에는 말을 해서 무엇 하겠소? 질문을 받게 되면 주저하지 않고 머뭇거리지도 않으면서 빠짐없이 자세하게 남의 비난거리를 말하지요.
둘째, 물어보아도 남의 칭찬거리를 드러내지 않지요. 그러니 묻지 않았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소? 그리고 질문을 받게 되면 주저하고 머뭇거리면서 대충 대충 남의 칭찬거리를 말하지요.

셋째, 물어보아도 자신이 잘못한 비난거리를 드러내지 않지요. 그러니 묻지 않았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소? 그리고 질문을 받게 되면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면서 대충 대충 자신이 잘못한 비난거리를 말하지요.

넷째,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잘한 칭찬거리를 드러내지요. 그러니 물었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소? 그리고 질문을 받게 되면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도 않고 빠짐없이 자세하게 자신이 잘한 칭찬거리를 말하지요.

비구들이여, 이 네 가지를 구족한 사람은 ‘참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비구들이여, [반면에] 이 네 가지를 구족한 사람은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그러면 무엇이 넷일까요? ‘참된 사람’은

첫째, 물었는데도 남의 비난거리를 드러내지 않지요. 그러니 묻지 않았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소?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고 머뭇거리면서 남이 잘못한 비난거리를 대충대충 말하지요.

둘째, 묻지 않았는데도 남이 잘한 칭찬거리를 드러내지요. 그러니 물었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소?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남이 잘한 칭찬거리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세하게 말하지요.

셋째, 묻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잘못한 비난거리를 드러내지요. 그러니 물었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소?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빠짐없이 자세하게 자신이 잘못한 비난거리를 말하지요.

넷째, 물었는데도 자신이 잘한 칭찬거리를 드러내지 않지요. 그러니 묻지 않았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소?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고 머뭇거리면서 자신이 잘한 칭찬거리를 대충대충 말하지요.
비구들이여, 이 네 가지를 구족한 사람을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하오.” (좬앙굿따라 니까야좭)

불자 여러분!

“정치인들에게 어떻게 정직을 기대하느냐?”고 미리 단정을 하지 마시고, 이번 지자체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에게서는 위의 부처님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아 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올바른 정치 참여를 실행에 옮겨보시면 어떨까요?

천태종 정 산 총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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