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광 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건전한 비판 아닌
무지와 편견 내뱉는 건
사회를 찢어놓는 파괴행위

대치동의 강남교회 김성광 목사가 “불교를 깨부수는 선봉이 되겠다”는 등 종교전쟁을 선포하는 듯한 설교를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절간에 성경보내기 운동을 해야 되겠다. 목탁을 왜 두들기냐고 물었더니 졸릴까봐 두드린다더라. 난 뭐 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줄 알았더니…”, “불경에는 읽을 게 없어, 귀신들만 나와. 스님 5만 명을 전도해서 기독교 신자로 만드는 데 앞장설 거다”라며 막말을 쏟고 “이런 설교, 겁이 나서 딴 목사는 못해요, 나만 하지”라며 자신의 만용을 자화자찬하기도 했다고 한다.

부처나 보살을 귀신으로밖에 볼 줄 모르는 불교에 대한 천박한 인식은 자신의 말대로 어려서부터 기독교밖에 몰랐던 불행한 과거 탓으로 돌리더라도, 종교문화에 대한 공부가 일천한 사람이 종교지도자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나서서 종교간 이간질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개신교 모임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면 여러분이 잡아먹어라. 새벽에 울어야 닭이지, 대낮에도 울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박근혜 의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닭에 비유하는 ‘저주연설’을 했다니, 신의 이름을 빌어 종교와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도를 넘은 듯하다.

김 목사의 망언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6년에는 “불교는 불행하고, 유교는 유감스럽고, 이슬람교는 이상하다. 석가모니는 자기 혼자 깨닫고 득도하겠다고 처자 버리고 나온 남자다. 불교를 믿는 가정에는 행복이 없다”고 엉뚱한 주장을 해 불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다. 2008년 장경동 목사가 “스님들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예수 믿어라. 불교 믿는 나라는 다 못 산다.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불교를 비하한 것도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망언 시리즈 중의 하나다.

말로 먹고사는 종교업자들이기에 말이 많고 시끄러운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할 말이 있고 하지 않아야 할 말이 있는 법이다. 그 경계선을 무너뜨리기 시작하면 사회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건전한 비판이 아닌 무지와 편견을 독설로 내뱉는 것은 우리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 파괴행위일 뿐이다. “종교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질병이다.”(버트란드 러셀),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로버트 퍼시그)는 말처럼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지도자들의 망언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로부터 천리만리 더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불교와 가톨릭이 극우개신교의 호전성에 대응했다면 이 땅은 종교전쟁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들 한다. 유럽 선진국과 유엔에서 종교증오유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들의 역사가 종교전쟁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증오와 폭력을 낳은 배타와 독선은 기독교의 생존 원리가 아니라 파멸 또는 소멸의 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원로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의 말을 새겨야 할 때다. 물론 타종교인들에게 그런 빌미를 주지 않도록 불교 스스로 건강해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 땅의 지도자들은 남의 속을 긁는 막말보다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말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국민소통과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종교독선 언제까지 방관만 할 수는 없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그 어리석음과 해악을 엄중히 경고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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