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특히 늠름한 기상을 자랑하는 흰 호랑이, 백호(白虎)의 해라고 해서 더 큰 기대를 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불자 여러분과 가정에서 하시는 일들이 잘 풀려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올해는 호랑이, 내년에는 토끼…….” 식으로 우리가 해마다 하나씩 열두 동물을 상징으로 정해서 12년 주기로 세월을 계산하는 것은 그만큼 인간과 동물 세계가 밀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열두 동물들 중에는 평소에 우리가 친근하게 느끼는 것도 있지만 가까이 하기 두렵고 소름이 오싹 끼치기까지 하는 동물들도 있는데, 모두 귀엽고 인간과 친근한 동물로 12지(支)를 다 채우지 않고 이런 동물들까지 여기에 포함시킨 데에 옛 조상들의 뜻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속에 이미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는 우리 인간의 분별심을 여의여야 한다”는 큰 가르침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12 동물을 정한 옛 조상들은 오늘날의 동물 애호가나 생태 환경론자 이상으로 일체의 생명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요즈음 특정 동물을 애완의 대상으로 삼아, 인간과 똑같은 옷을 해 입히고 온갖 치장을 해주는 사람들의 사랑은 “내가 아끼는 동물만 예쁘다”며 나와 남을 차별하는 마음을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동물이 예쁘게 보일 때에는 갖은 방법을 써서 위해주다가 관심과 사랑이 식게 되면 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외신에서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강아지와 새끼고양이 등 작고 귀여운 애완동물 선물이 인기를 끈다고 합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수백 마리의 애완동물이 거리에 버려지고, 이와 같은 일이 해마다 반복되어 사회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물보호센터에서는 “단지 이들을 선물로써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봐야하며 많은 사랑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버려진 애완동물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캠페인을 펼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춥고 배고프던 시절이 지나고 한편에서는 풍요를 노래하게 되고 핵가족화·도시화와 함께 상대적 소외를 느끼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이제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이 기르던 애완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진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동물들에게는 버려지는 것 자체가 고통의 시작일 것입니다. 야생의 상태에서 스스로 먹을 것을 조달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주인이 주는 영양식만 받아먹고 살아온 그 오랜 습에서 벗어나 독립된 생명체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 동물들에게는 버려지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없는 장난감이라고 할지라도 싫증이 났다고 해서 마구 버린다면 옳지 않은데, 우리 인간처럼 피와 살이 있고 좋고 나쁜 것을 판별하는 감정이 있는 동물을 버려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악업을 짓는 아주 나쁜 행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설법을 하실 때면 벌레나 나비 같은 작은 동물에서부터 뱀과 물고기·하늘을 나는 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예로 들어 설명하며, 이 생명들이 모두 고귀하다는 사실을 거듭해서 강조하셨습니다. 《법화경》 등 여러 경전에서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때면 갖가지 동물들도 법석에 동참하여 그 진리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들었다”고 전하듯, 부처님 법 앞에서는 우리 인간이나 동물들이 똑같이 자비심으로 제도해야 할 대상이었고 동물들 또한 우리 인간처럼 6도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을 이루고자 하는 똑같은 꿈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자비는 단지 부처님 제자에게만, 인간에게만 전해지는 좁은 의미의 연민이나 사랑이 아닙니다. 일체의 생명체와 흙이나 바위처럼 생명이 없는 사물에까지 끝없이 전해지는 것이고 그래서 그 자비는 무량·무변한 것이며, 그 자비의 힘에 의지하여 이 세상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 자비의 힘이 사라진 곳에서 온갖 갈등과 폭력·복수 등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혹 여러분 이웃 중에서 “싫증이 났다”고 해서 죄 없는 동물들을 내다 버려서 그 동물들이 고통을 당하게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래서 이들이 더 이상 악업을 짓지 않도록 일깨워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동물 사랑을 가장한 생명의 학대 풍조가 퍼지지 않도록 계몽하는 일에도 앞장서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우리가 예불을 드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아뢰는 “중생을 다 건지겠습니다(衆生無邊誓願度)”는 큰 서원은 우주 법계에 충만한 모든 유정·무정 중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 천태종 감사원장 춘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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