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춘광 감사원장

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축년 한해도 불과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비록 5계를 수지하고 보살계를 받았다 하더라도 술을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때 불자라면 부처님께서 술을 어떻게 대하라 하셨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선생경》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6손재업(損財業)은 무엇인가? 첫째는 술에 빠지는 것이다. 둘째는 노름질하는 것이다. 셋째는 방탕한 것이다. 넷째는 기악에 정신을 잃는 것이다. 다섯째는 악한 벗을 만나는 것이다. 여섯째는 게으른 것이니 이것을 6손재업이라 한다.(중략)
마땅히 알라. 술을 마시면 여섯 가지 손실이 있다. 첫째는 재물을 없앤다. 둘째는 병이 난다. 셋째는 싸운다. 넷째는 나쁜 이름이 퍼진다. 다섯째는 성이 사납게 난다. 여섯째는 지혜가 날로 줄어든다.”

실제로 부처님이 밝히신 이 같은 내용은 현하 우리 사회에서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째, 재물을 없앤다는 말씀입니다. 음주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16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 통계청의 발표입니다. 16조 원은 국민총생산(GDP)의 3.5%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것은 음주로 인한 피해액을 산정한 것이므로 술을 먹기 위해 투자한 금액을 더한다면 재산손실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병이 난다는 것입니다. 모든 성인병의 주된 원인은 음주 및 흡연에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진단입니다. 특히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사람일수록 각종 병고에 시달리지 않는 경우가 없습니다.

셋째, 싸운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경찰에 입건되는 대다수의 경우가 음주로 인한 폭력을 행사해 이루어지는 사건입니다. 경찰에 붙들려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기물을 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에는 남녀가 따로 없습니다. 이성을 마비시킨 술의 힘이라 하겠습니다.

넷째, 나쁜 이름이 퍼진다는 것입니다. 최근 ‘나영이 사건’으로 알려진 조아무개가 대표적입니다. 평판이 좋았던 사람도 술 한 잔의 비극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당해보면 알게 됩니다.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술의 위력에 허물어지면서 성추행의 장본인으로, 또는 추태와 폭행으로 하루 새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성이 사납게 난다는 것입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정폭력의 원인으로 1위가 술이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술은 30.8%를 차지함으로써 술이 폭력을 부르고 술 먹는 가장의 성정을 난폭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섯째, 지혜가 날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술은 뇌세포를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뇌의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배경에 술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도 술의 기운을 빌려 감정적으로 대처하다가 더 큰 화를 부르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그래서 술을 지혜종자를 끊는 마구니로 정의합니다.

불자 여러분!
이처럼 술은 나는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를 해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 말씀 직후 게송을 통해 술을 마셔 입게 될 해악을 보름달이 그믐달로 기우는 것에 비유하셨습니다.

“술에 홀려 빠지는 사람 그에게는 또 다른 술꾼이 따른다. 재산이 바로 모였다가도 어느새 다시 흩어져 버리네.(중략) 술독에 빠져 정신 못 차리고 가난하고 궁할 것 생각하지 못하고 재물을 가벼이 여겨 사치 좋아하다가 가정은 파탄이 나고 재앙을 불러오네.
노름과 술 마시기 무리를 짓고 음탕한 남의 여자 기웃거리며 더러운 행실을 사랑하고 익히나니 마치 보름달이 그믐달로 기우는 것 같다.”

보름달이 그믐달로 기우는 것의 비유는 6손재업을 일컬음입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어떠한 이득이 있을까요? 바로 6손재업을 바꿔서 생각하면 해답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분석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재산을 불릴 수 있고 항상 건강을 유지하게 됩니다. 누구나 화평한 관계를 유지하며 좋은 이름을 날립니다. 또한 평상심을 자랑하며 지혜로운 이로 처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말 이런 저런 모임에 쫓기면서 술의 노예가 될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의 시간을 보낼 것인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한 해를 뜻 깊게 마무리하는 참된 불자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한 번쯤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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