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춘 광 감사원장

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말복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가 내 몸을 괴롭힐수록 마음관리를 잘 하셔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날씨가 덥다고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놓다 보면 나태해지는 것은 물론 이때가 기회다 싶어 삼독심이 파고들게 됩니다.

세속의 삶은 욕망으로 대변됩니다. 마음관리가 안 되면 욕망이 탐욕으로 자라고 탐욕은 자신을 망치는 근원으로 작용합니다. 며칠 전 도박에 빠져 돈이 필요했던 한 30대가 자신을 키워 준 양모를 청부 살해했다가 결국 범행 1년 만에 모든 것이 탄로나 구속된 사연의 뉴스를 접했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목숨을 뺏은 대가로 얻은 유산 20억 원도 경마 도박에 다 날려버렸다는 것입니다.

도박에 인생을 망치는 경우는 이밖에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인기가도를 달리던 한 개그맨 역시 마카오 카지노 도박장에 상습적으로 출입하여 수억 원을 잃은 사실이 발각돼 연예인으로서의 신분과 인기가 하루아침에 망가지는 참담함을 맛봐야 했습니다. 비록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온라인상에 개설된 이런저런 도박게임에 빠져들어 수천 수억대를 잃는 등 가정이 파탄난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모두 일확천금을 꿈꾸는 탐심이 부른 결과입니다. 자신의 마음관리를 못하여 게임 중독에 빠진 나머지 부른 화근에 다름 아닙니다. 더 나아가 이웃을 생각하는 공업중생의 업연을 간과하고 자신만의 이기심에 구속된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도박은 인과의 도리를 거스르는 반칙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요행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탐욕이며, 말 그대로 도박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도박으로 큰돈을 땄다고 해도 그 돈은 제대로 지켜질 리 없습니다. 또 다시 도박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통례입니다. 결국 쪽박 차는 신세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을까요? 또 상당한 이익을 취하고도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과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예화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 물었습니다.
“부처님!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습니까? 또 어떻게 하면 재산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젊은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일을 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하여 재물을 모으게 되면 그것을 넷으로 나누어 써야 한다. 즉 4분의 1은 먹고 사는 데 쓰고, 4분의 1은 생업을 위해 투자하며, 4분의 1은 곤궁할 때를 대비하여 저축하고, 나머지 4분의 1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자 돈을 놓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중략) 재산이 불어나면 자연히 사람도 많이 모여들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람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의 그늘에 사람이 모여들면 그들을 친형제처럼 거두고 받아들여야 한다.”

《잡아함경》 48권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부처님의 이 말씀은 불교가 세속의 경제생활에 무관심한 듯하지만 사실 재가자들의 경제생활에 대해선 부와 이익의 창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부와 이익의 창출을 이루고 나서의 일입니다. 부처님은 부를 통해 도박이나 유흥에 빠지는 일을 철저히 경계하셨습니다. 재산을 철저히 관리하되, 어느 정도 재물이 축적되면 이웃에게 베풀라고 강조하십니다. 요즘 말로 치자면 경제적 부의 사회적 환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내가 공을 들이고 전심전력을 다해 이뤄낸 재산이라면 그 재산의 보시로 인해 받는 이의 공력도 배가 된다는 점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를 해치는 최고 요인은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한마음이 청정하면 부처님 마음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내부의 맑음이 있을 때만이 청정한 빛이 감싸고 도는 법입니다. 그러나 안으로 부패하는 소리를 못 듣게 되면 스스로 멸망을 재촉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기관리에 철두철미해야 합니다. 도박에 사로잡혀 패가망신하는 이유는 자기관리에 실패했다는 반증이며 스스로 탐욕과 쾌락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불자 여러분!
우리 주위에 혹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냥 방관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의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여 관리케 하는 적극적인 전법 자세가 중요합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야말로 불자들의 의무이자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바로 ‘자정기의(自淨其意)’를 실행케 하는 종교이므로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 도박과 유흥에 빠지지 않도록 구제하는 마음을 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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