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눈에 띈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우봉규 지음, 김영장 그림)란 동화책을 읽었다. 작가는 이중섭을 모델 삼아 가난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꿈을 가진 바닷가 소년이 부모님의 반대로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위기를 이겨내고, 결국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 꿈을 실현한다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읽어야 할 동화책임을 절감했다.

과연 우리에게 잃어버릴 꿈은 있는가라고 반문하게 하는, 최근 우리 주변에 전개됐던 몇 가지 일들을 함께 성찰해 보고자 한다. 1년 전 박사학위 최종 심사 도중 영국 옥스퍼드대 기숙사에서 돌연 죽음의 길을 선택했던, 한 불교학도의 1주기 기사. 자기 꿈에 도전을 해보지도 못한 채 부모의 뜻에 따라 안정된 직장을 갈구하고 있는 한 대학생의 인터뷰 기사. 아이 생일파티로 1천만 원을 쓰는 일부 부유층의 과시용 생일문화가 담긴 기사 등이다. 참고로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은 《무탄트 메시지》(말로 모건 지음/ 류시화 옮김)란 책에서 생일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단지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작년보다 올해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됐다는 걸 축하하는 것이다.”

사실 필자가 1990년 종달 이희익 노사 입적 이후 선도회를 맡아 지금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힘써 온 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필자와 만나는, 백천만겁난조우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분들께 잃어버린 꿈을 일깨워주거나, 꿈이 없는 분들에게는 꿈을 갖게 하는 일, 허황된 꿈은 버리게 하는 일 등 일인일몽(一人一夢) 갖기 운동이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의 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부모강요의 직장
과시용 어린이 생일 문화
과연 ‘꿈’이 될 수 있을까

선도회에는 지난 7월 25일 3년 간 치열하게 간화선 입문과정을 마치고 ‘완묵(翫墨)’이란 대자호(大姉號)를 받은 여성분이 있었다. 이 분이 필자에게 보낸 인생지도가 담긴 편지는 다음과 같다. “(장녀로서 꿈은 있었지만 가정형편으로 인해 간직만 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 앞으로 선 공부를 통해 지혜가 담긴 어린이 그림책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화작업을 했던 경험으로 그림과 글로 쉽게 전달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하지 못한 미술 공부에 대한 아쉬움으로 순수 회화적인 창작 작업도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72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80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음에도 세상 떠나는 101세까지 1,600점에 달하는 따뜻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남기신 미국화가 그랜마 모제스처럼, 일상에서 선 공부를 통한 지혜로 제가 가진 작은 재능을 살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저는 참선공부를 할 수 있음이 그 어떤 재력과 학벌을 가진 것보다도 소중합니다.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공부해서 저 또한 필요한 분들에게 나누어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법사님의 법은에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편지에 대해 필자가 보낸 답글은 다음과 같다. “보내주신 인생지도 잘 읽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이 대자님으로 하여금 다른 이들보다 더 깊이 삶을 성찰하게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금처럼 수행과 더불어 그림 작가로하루하루 신바람 나게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그랜마 모제스 이상으로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명작을 세상에 드러낼 때가 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래서 무심(無心)히 먹(墨)을 가지고 신바람 나게[翫] 그리다 보면 어느 때인가 불후의 명작이 탄생되리라는 확신 속에 ‘완묵(翫墨)’으로 대자호를 지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박 영 재
서강대 교수·선도회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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