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사리 모시고 수계의식 하는 곳

▲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

초보불자 김아무개 씨. 같은 절에 다니는 사람들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에 가자는 권유를 받는다. 금으로 만든 계단(階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솔깃한 김아무개 씨는 이내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 계단이 그 계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강계단(金剛戒壇)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수계의식(授戒儀式)을 진행하는 곳이다. ‘금강’은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가장 단단한 것을 말한다. ‘계’는 불자가 지켜야 할 생활규범이고, ‘단’은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높이 쌓아올린 곳이다. 즉 금강계단이란 금강처럼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계법을 전수하는 장소를 말한다.

금강계단은 인도에서부터 유래됐다. 의정(義淨)의 《대당서역구법고승전(大唐西域求法高僧傳)》을 보면 나란타사에 이 계단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 형태와 크기, 중앙에 소탑(小塔) 존재, 소탑 안에 불사리 봉안 등이 묘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나라에서 부처님 사리를 얻어 귀국한 자장(慈藏) 율사가 양산 통도사에 최초로 이 계단을 만들었다. 이때 계단 형태를 알 수는 없으나 서역ㆍ중국의 법식에 따라서 부처님 사리는 계단의 중앙에 봉안하고 2단 정도의 단을 쌓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통도사 계단은 고려ㆍ조선 시대에 여러 차례 중수를 거친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중앙의 석종형(石鐘形) 부도와 사방 평면에 2단의 석단(石壇)을 형성하고 있어서 전통적인 금강계단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구조다.

통도사 계단과 함께 널리 알려진 금강계단으로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금산사 방등계단(方等戒壇)과 개성 불일사 계단,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비슬산 용연사 계단 등이 있다.

금강계단 전면에는 적멸보궁이라는 편액을 건 전각을 건립한다. 그곳에는 불상을 봉안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금강계단에 부처님을 상징하는 부처님 사리가 봉안돼 있어 예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