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보은의 달, 중생 구제 불국토 건설은 인간의 도리이며 보살행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은 가정의 달, 보은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이 계속 이어지고 6월로 넘어가면 현충일과 한국전쟁 기념일로 호국의 달이 뒤를 따른다. 올해 5월 2일은 부처님오신날로 가정의 달과 호국의 달을 이끌고 있어 부모와 국가의 은혜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부처님은 인간이면 누구나 부모의 은혜, 중생의 은혜, 국왕의 은혜, 그리고 삼보(三寶)의 은혜를 입고 있는데 이러한 네 가지 은혜(四恩)에 보답하는 것이 보살행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대승본생심지관경). 시대가 변했어도 이러한 네 가지 은혜에 대해 보답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며 보살행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다만 국왕의 은혜란 오늘날 국가의 은혜다.

부처님은 “은혜를 알고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보살행이니 부처종자를 끊지 않기 때문”이며 “은혜를 아는 자는 응당 최상의 보리심을 내게 되며 은혜를 보답하는 것은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최상의 보리심을 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불교의 보은은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음을 성취하여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데 있으며 혈연과 업장에 끌려가는 맹목적인 보은과 다르다. 부처님이 가족과 왕위를 버리고 출가한 것은 진정으로 은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은혜를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출가하여 부처를 이룸으로써 진정으로 부모의 은혜, 나라의 은혜 등 네 가지 은혜에 보답하였던 것이다.

첫째, 부모의 은혜에 관하여 불경은 뱃속에 품어 양육하는 은혜에서부터 일생을 오직 자녀만을 생각하는 연민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열가지 은혜(十種恩)를 구체적이고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범인이 천지귀신을 섬기는 것이 양친을 모시는 것만 못하나니 양친이 곧 최고의 신이니라”고 설하고 있다. 부모를 최고의 신 같이 모시고 궁극적으로 불법에 귀의, 고통에서 해탈하여 대자유를 성취케 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다.

둘째, 모든 중생은 여러 생에 걸쳐 어느 때인가 부모가 된 적이 있었을 것이니 중생의 은혜는 부모의 은혜와 같다. 또한 모든 중생은 시간과 공간으로 서로 의지하여 있기 때문에 서로 은혜를 지고 있어 대자비심을 일으켜 모든 중생에게 이익이 되게 함이 옳다는 것이다.

셋째, 국가의 은혜이니 이 은혜는 국민을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고 함께 복락을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주는 은혜다. 이런 은혜에 보은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신라, 고려, 조선왕조를 거치면서 호국불교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의 국토는 불보살의 호국 염원이 곳곳에 서려있는 불국토로서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분연히 일어나 국가를 위험에서 구했다.

넷째는 삼보(三寶), 즉 불법승의 은혜는 우리 중생을 고통에서 해탈케 하여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되게 해주는 은혜이니 이보다 더 큰 은혜는 없다. 또한 중생은 삼보에 귀의함으로써 중생의 소원인 건강과 안온함, 그리고 장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의 목적이 개인적으로는 중생을 구제하고 사회적으로는 불국토를 건설하는데 있는데 이 두 가지 목적은 부처님이 설하신 네 가지 은혜(四恩)을 알고(知恩), 이에 보답하는 일(報恩)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아 네 가지 은혜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을 되돌아본다.
                                                                                  / 정천구 영산대 석좌교수, 前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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