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이 행성을 ‘지구(地球)’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땅 위에서 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행성의 전체 모습을 살펴보면 ‘수구(水球)’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싶습니다.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거든요. 우주에서 바라보면 이 지구는 푸른색을 띈다고 합니다. 이 행성의 표면에 있는 그 많은 물 때문에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결국 지구에서 육지 면적은 셋 중 하나도 안 되는 셈입니다.그런데 지구 전체 면적 가운데 고작 29%밖에 안 되는 육지. 이 육지 면적의 10%가 또
캄보디아를 떠올릴 때는 현대사의 비극으로 불리는 킬링필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폴 포트 정권은 1975년부터 4년간 약 200만 명의 국민을 죽였다. 이 사건으로 캄보디아는 수많은 지식인과 기술자를 잃어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퇴보해 인접국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캄보디아인들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하다. 크메르 제국은 동남아시아를 지배했고, 그 강맹했던 선조들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앙코르 유적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95%가 불교 신자인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을 찾아간다.
중국 송나라 때 선사인 무문혜개 스님의 책 〈무문관〉에서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이렇게 물었지요.“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그러자 조주 스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합니다.“없습니다(無).”보통 사람은 이런 대답을 들으면 ‘어? 모든 생명체에게는 불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없다고 하니, 그럼 뭐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라고 궁금해 합니다. 사실 조주 스님의 ‘없다(無)’라는 대답은 ‘있다(有)’의 상대적인 차원에서 ‘없다(無)’를 말하는 건 아니지요.그런데 우리 개의 입장에서는 이 공안을 들을 때마다 조금 다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제주도에서 온 돌고래라는 뜻)’는 2009년 5월 제주 서귀포시 신풍리 연안에서 우연히 그물에 걸려 이듬해 ‘돌고래 쇼’ 공연업체에 팔렸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좁은 수족관과 공연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재롱을 강요당했던 제돌이는 우여곡절 끝에 5년 2개월 만인 2013년 7월, 친구들이 있는 바다로 방류된다. 이번 호 ‘세상의 주인공’은 이 과정에서 제돌이를 돌봤던 서울대공원 선주동(37) 사육사다. 선주동 사육사의 고향은 강원도 양양이다. 그는 일곱 살이 되던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다. 인터넷 커뮤니티인 카페와 블로그는 물론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도 대세다. 인터넷을 불교의 홍보수단으로 삼는 이들을 소개하는 ‘인터넷 속 불보살’ 첫 회는 유튜버 ‘청년불자 반야TV’팀이다. 외모·나이·직업·성격 모두 제각각이지만, 흥과 열정이 넘치는 개성만점 여섯 청년을 지금부터 만나보자.사찰음식점 ‘승소’에서의 촬영유난히 청명했던 2월 8일, ‘청년불자 반야TV’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점 ‘승소’를 방문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는 승소에서
너무 추웠습니다.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면 위험한 줄 알고 있었지만 그날은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원숭이들에게 추위는 치명적입니다. 나는 달달 떨면서 온기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발견했습니다. 연기가 있다는 건 불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 연기에 이끌렸나 봅니다. 나뭇가지들을 양손으로 번갈아 붙잡으며 날듯이 그곳으로 나아갔습니다. 그곳에는 움막이 있었고, 부자 사이로 보이는 어른 남자와 소년이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아버지로 보이는 어른이 누워 있었고, 소년은
중국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복건성(福建省)의 첫 인상은 ‘덥고 습하다.’였다. 아열대기후의 덥고 습한 날씨는 차나무가 생육하기 더없이 좋은 기후다. 실제 복건성을 다니다보면 야생차(野生茶)와 찻집, 차를 덖거나 다듬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차를 논할 때면 복건성을 결코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무이산(武夷山)에 자생하는 대홍포(大紅袍) 때문이다.무이산은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중국 10대 명산 중 하나인 무이산은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아열대림 중 하나다. 또한 한나라의 수도가 있는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최근 10여 년 사이 우리나라도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정부는 ‘한식의 세계화’를 외친지 오래고, TV에는 연일 ‘먹방’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으며, 유명 요리사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다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를 요리로 정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번 호에 소개할 장문교 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장문교(23) 씨와 어렵게 인터뷰 일정을 잡았는데, 사진감이 마땅치 않았다. 무리한 부탁인 줄 알면서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의 보급 및 교류를 통해 국가 간 협력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전문기구다. 이 기구는 1972년 채택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에 근거해 인류를 위해 발굴 및 보호·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등재된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은 869곳. 이 중 불교문화유산 중 일부를 선별해 소개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다. 자바(Java)섬은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고 그 중심은 족자카르타이다. 자바섬
〈무소유〉란 책을 아시지요? 1976년 4월 15일 범우사에서 초판을 발행한 이후 16쇄를 찍고, 1985년 7월 30일 표지를 바꿔 찍은 2판은 63쇄까지 그리고 1999년 9월 5일 양장본으로 갈아입은 3판은 무려 91쇄까지 나아간 법정 스님의 명저 말입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도록 더 이상 책을 내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스님께서 남기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200쇄는 족히 넘겼겠지요. 총 35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무소유〉는 ‘범우문고 002’란 시리즈 넘버를 달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른바 문고
1965년 가을, 어느 토요일 오후쯤으로 기억된다. 빈 강의실에서 동국대학교 문학동아리 합평회를 마치고 모두들 함께 나오는 길이었다. “자네 우리 집에 한 번 놀러오게.”지도교수로 모셨던 서정주(1915~2000) 선생님께서 나에게 건넨 말이다. 나는 순간 가슴이 뛰고 아찔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합평회에 내놓은 회원들의 작품 중에서 선생님이 호평을 해주신 뒤끝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분의 눈에 들게 되었고, 그 이후로 습작품을 들고 선생님 댁을 드나들게 되었다.집으로의 초대와 술대접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그보다 3
아버지는 나보다 세 살 위인 형에게 심부름을 시키곤 했는데, 형은 그 심부름의 임무를 받을 때마다 혼자 수행하려 하지 않고, 나를 손짓해 불러내서 앞장세우곤 했다. 엄존하는 가부장제 속에서, 형의 권력의 영향권 안에 있는 나는 싫든 좋든 형의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형이 심부름을 수행하기 위해 나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을 꾸짖으려 하지 않았다. 동생을 제압하고 사는 형의 행위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형의 권력나의 영육(靈肉)의 성장속도는 형보다 빨랐던 듯싶다. 형은 세 살 아래인 나보다 체구가
법회가 열리는 이맘때면 조그마한 다람살라에는 전 세계에서 온 법회 참석자 이외에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달라이라마를 만나 ‘자비’를 배우러 온 이방인들에게 ‘자비’를 구하러 저 아랫마을에서 온 걸인들이다. 며칠 내내 좁은 다람살라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라 이미 낯이 익다. 법회가 마치는 시간이면 그들은 어김없이 남걀 사원 앞에서 기다리며 ‘적극적’으로 자비를 구한다. 윤회(輪廻)로 설명하자면,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길바닥에 앉아 구걸하는 이들은 전생의 업보가 무거워서 일 것이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선생님 가신지 어언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여전히 저희들 곁에 계십니다. 선생님의 수필집 은 출판사가 샘터에서 민음사로 옮겨진 뒤에도 서점의 가판대에 올려 있는 베스트셀러입니다. 선생님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문학의 불멸성을 누리고 계십니다.선생님께서 사셨던 서울 서초구는 선생님이 생전에 즐겨 걸었던 길을 ‘금아 피천득의 길’로 명명했습니다. 고속터미널에서 이수교차로에 이르는 그 길에 가면 선생님의 좌상과 선생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명문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선생님의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금아 피
존경 받는 어른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자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마흔에 미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의 경지에 이르렀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아는 지천명(知天命)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했다. 나는 60이 넘었지만 지천명의 경지는 고사하고 아직 불혹의 경지에도 도달 못한 것 같다. 내 친구는 식당에서 젊은이들이 노인을 욕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세상의 어른으로서 젊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는데, 나 자신을 포함해서 노인세대는 어쩌면 과거의 노인과는 달리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세대로 추락해버
육근의 마지막 의근(意根)은 생각과 감정을 포함하는 의식이다. 유식론만큼 깊이 있지는 않지만, 인간 생명을 물심양면으로 관찰하는 한의학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동일하게 여겨, 인간의 감정과 정신사유 활동을 오장(五臟)과 연계하는 특징이 있다. 지면상 이번에는 감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 감정과 건강의 관계신행과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병인(病因)은 바로 ‘화병(Hwa-byung)’과 같은 격한 감정이다. 인간 생명과 생활의 다양한 요소에서, 감정은 품격있는 정신과 건강 생활을 방해하는 최고의 적인 동시에 우리 마음이 여러 물질과 모
나가세나 스님과 토론 끝에 모든 의문 풀고 불교에 귀의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원정(B.C. 327) 이후 서북 인도는 한때 그리스 왕에 의해 통치됐다. 기원전 2세기 후반 그 지역을 통치한 왕은 그리스계 메난드로스(Menandros)다. 메난드로스는 팔리어로 ‘밀린다(彌蘭陀)’로 번역된다.밀린다왕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인근에서 태어났다. 왕위에 오른 뒤 영토 확장에 힘을 쏟아 여러 나라를 합병했으며, 유화정책으로 민중의 선망을 얻었다. 또 타고난 경제적 감각으로 부강한 나라를 건설했다. | 나가세나 스님을 만나다밀린다왕은
남방 상좌부불교에서는 “‘나’라는 것에는 실체가 없어 무아(無我)라고 하지만 일반 사물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법(法, dhamma)은 존재한다.”고 본다. 반면에 북방 대승불교에서는 “아(我)도 공하고 법(法)도 공하다.”고 본다. 즉 일체가 공(空, ..nya)하다고 본다. 현대물리학자들의 견해는 대승불교 쪽에 더 가깝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 )는 저서 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물질이 소립자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어떤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세상은 그렇게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집안은 물론 풍광이 좋은 곳에 정자를 지어 사색과 풍류를 즐겼다. 아울러 후학을 양성하는 학문의 전당으로도 활용했다. 모함을 받거나 죄를 지어 첩첩산중이나 제주도 같은 섬으로 유배된 이들도 정자를 지어 시인묵객과 교류하며 여생을 보냈다. 개울이나 연못을 건너 정자로 가는 길, 다리는 필수였다. ‘세상과 세상을 잇는 다리’ 마지막 순서로 경남 거창 용원정(龍源亭) 쌀다리, 전남 완도군 보길도 세연정(洗然亭) 굴뚝다리(판석보, 板石洑), 경북 봉화 닭실마을 청암정(靑巖亭) 석교(石橋) 등 선비 정신이 담긴 정자의 다
| 벼랑 위의 성지, 바뇨레지오 시차적응을 하지 못한 탓인지, 낯설음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밤을 꼬박 새웠다. 그것이 아니라 해도 네댓 시간이 적정수면인 탓에 여행을 가면 새벽에 노트북을 들고 호텔 로비로 가는 것이 일과다. 이번 순례의 짝인 동국대 박경준 교수와는 이미 세계불교학대회 때 여러 날 동침한 경험이 있다. 넓은 도량을 지닌 분이라 그냥 방에서 작업하라 말하지만, 숙면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약간 피곤하기는 했지만, 졸리지는 않았다. 덕분에 밤새 인터넷을 뒤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