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신, 선재 구도행·깨달음 상징 고려 귀족 사회의 화려함과 아취(雅趣)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불화 중에서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의 아름다움은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중에서도 일본 카라쓰(唐津) 가가미진자(鏡神社)에 전하는 〈수월관음도〉는 고려불화 최고의 정수를 보여준다. 1310년 5월 고려 충선왕의 애첩인 왕숙비가 후원하여 도화원의 화원이 그린 이 불화는 가로폭이 419.5cm, 세로폭이 254.2cm의 거대한 화폭에 그려진 고려 최대의 불화이기도 하다. 이 불화의 화면 아래에는 1391년 승
몸·마음 함께 건강해지는 ‘여가’ 갖자산다는 것은 참 숨가쁜 일입니다. 어머니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첫 숨을 토해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하고 세상에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때까지 제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혹은 인생에 대해 음미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먹고 사느라 돈벌이에 급급하면서 살아온 세월, 이런 삶이 내가 정말 원한 것이었는지를 반성할 겨를도 없습니다.어쩌겠습니까? 이게 보통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인데요. 취미생활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생을 허덕이며 살아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
부처님 재세시 오른쪽 세 번 돌며 예경민속과 결합…1970년 이후 재조명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역사적 질곡을 거치면서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던 월정사탑돌이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이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오대산불교는 한암(漢巖) 스님과 제자 탄허(呑虛) 스님으로 이어졌는데, 근대불교의 대표적인 두 선승은 월정사탑돌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월정사에는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민속적 성격의 신행의례로 탑돌이가 전승되고 있다. 신앙의 대상을 도는 것은 불교를 떠난 보
구렁이 원한 ‘법화경’ 글귀 한 자락으로 막아내 오늘 밤으로 막걸리 50말을 장만하여 온 동네 사람들을 집 마당에 청해 술잔치를 베푸십시오. 단, 오는 사람마다 숯 한 포씩을 가져오게 해 마당 가운데 숯불을 지피고 풍악을 올리십시오. 그리고 〈법화경〉 한 질을 그 앞에 놓으십시오.관의 형태가 완전히 사그라지자 마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칼을 찾던 조부자도 놀란 눈으로 관이 타버린 숯불더미 위의 광경을 바라보며 경악했습니다. 응당 있어야 할 아들의 시신 대신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뜨거움에 못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 다하는 것문 : 남편이 음식에 대해 잔소리를 좀 합니다. 40년을 같이 살았기 때문에 이해를 하다가도 가끔 부딪치곤 합니다. 스님, 저의 불심이 모자라는 탓일까요?답 : 40년을 같이 사셨다고 하니 자녀들도 다 성장했을 것이고, 두 분이 함께 하는 시간을 요리에 포커스를 맞춰보시는 건 어떨까요?시장도 같이 보러 다니고,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하는 걸 직접 해보게 동기부여도 좀 해줘보시죠.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다듬고, 음식을 해보면 남편의 잔소리도 줄어들 거 같은데요.남편이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더
‘취하게 마시지 말라’가르쳐 절집에서는 흔히 술을 ‘곡차(穀茶)’라고 부른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조선시대 때 진묵 대사(1562~1633)가 술 마시길 좋아했는데 ‘술’이라고 부르기가 겸연쩍어 ‘곡차’라고 불렀다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진묵 대사가 ‘겸연쩍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대승불교권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승단이 그 이전부터 술을 금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승들의 일화에는 ‘곡차’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배경에는 술 마시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계를 어겼다[犯戒]고 보지 않는 의식이 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
〈법화경〉 7만 자 법화탑 모양 따라 사경 고려후기에는 국가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귀족들의 개인적인 발원으로 널리 사경이 조성되어 그 어느 때보다 귀족적이고 화려한 사경문화가 꽃 피었다. 사경은 감색 혹은 자색 등으로 물들인 고급스런 한지에 금 또는 은니로 변상도를 정밀하게 그려내고, 표지까지도 소담스런 넝쿨진 꽃으로 아름답게 장엄하고 있다. 사경은 공덕을 쌓기 위한 수행이나 전법의 방편으로 그 가치가 크지만 고려인들은 사경을 고려후기의 우수한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예술적인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닌 창작물로 승
‘내 소유’ 아닌 잠시 맺은 아름다운 인연 부처님께서 탁발하시다가 빈터에 버려져 있던 어린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부처님은 아이를 거두어서 절에 데리고 오셨지요. 그리고 아이는 자라서 계를 받아 정식 스님이 되었습니다.스님이 된 아이는 어느 날 자신을 버린 생모를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반듯한 스님의 모습으로 자신을 찾은 아이를 마주한 생모는 얼마나 황망했을까요? 어쩌면 생모에게 있어 그 아이는 숨기고 싶은 과거였을 수도 있고, 영원히 후회하고 자책하게 만드는 마음의 멍이었을 테지요.그런데 스님은 생모에게 이렇게 말했습
부처님 장례법, 한반도 7세기 이후 유행죽은 자와 산자 해탈ㆍ열반 염원 의식 “스님 불 들어갑니다!”외침과 함께 대중스님들이 거화봉으로 불을 붙인다. 스님의 법체를 둘러싼 나무더미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법구를 둘러싼 불자들은 합장하며 ‘석가모니불’ 염불을 한다. ‘화중생연’ ‘화중생연’ 간절한 바람도 들린다.불교 상장의례는 해탈 방편큰 스님이 열반하면 사찰의 다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를 극복하고 초월케 하는 신념을 준 것이 종교였다. 통과의례 가운데 상장
사경 할 종이 사올 때 이미 하늘에 태어나 중국 당 태종 정관 18년, 그러니까 서기 644년.진법장(陣法藏)은 지금의 섬서성 사람입니다. 그는 음식을 담당하는 관리가 되어 낙주로 갔는데, 그 사이 참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내는 본처가 아니라 후처였습니다. 당시에는 본처만이 아니라 여러 명의 후처를 거느릴 수 있었습니다.그가 하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뜻밖에도 그 둘째 아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법장의 본집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랜만이라 반갑기 그지없
“긍정적으로 보는 눈 키우세요”문 : 스님, 저는 장애인인데 활동보조 선생님이 가톨릭 신자라서 마음을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답 : 종교 간의 갈등이 생기는 이유부터 생각해볼까요? 자기만이 옳다는 믿음에서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이는 비단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죠. 이기적으로 나만 옳다고 고집하고 다른 이의 생각이나 말은 모두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들 싫어하는 사람이 되겠죠?활동보조 선생님의 종교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걸림이 있으신데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종교가 사람보다 우선할 수는 없어요. 만약에 활동보조
행동ㆍ음식ㆍ욕심 절제된 습관 기르자 〈동의보감〉에서는 “건강 장수하는 양생의 도리를 배움에, 나이의 이르고 늦음이 없다”고 하였다. 유전적으로 건강하게 타고나는 경우와 허약한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태어난 이후의 후천적인 양생 생활이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건강 양생법은 건강하게 타고난 것을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20세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항상 회춘과 갱생의 길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사람들은 이미 상고시대(上古時
탁발서 출발, 사부대중 평등한 식사법출가자의 삶ㆍ전법ㆍ佛法 위신력 상징 발우공양(鉢盂供養)은 불교에서 일정한 법식에 따라 발우에 담아먹는 식사를 말한다. 밥 먹는 일을 수행의 일환으로 여겨 하나의 의식으로 정립한 것이다. 따라서 먹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감사하며 친환경적 식사법을 실천할 수 있어 출가수행자들만이 아니라 물질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가치로 재조명되고 있다.사찰에서는 아침공양을 조공(朝供)이라 하며, 예전에는 주로 죽을 먹었기에 신죽(晨粥)ㆍ조죽(朝粥)이라고도 부른다. 사시불공을 마친 뒤의 점심공양은 오공(午供
소나무껍질로 말 탄 스님 어리석음 일깨워 통일 신라의 불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고려 왕조에 의해 멸망될 때까지 거의 250년간 계속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전 100년과 후 150년으로 구분되는 두 기간 동안에 각각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전기는 불교사상이 건전하게 발전한 시기였고, 후기는 그 전기 불교가 차차 퇴락, 쇠퇴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불교가 일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언제나 혼란한 시기가 되면 새로운 사상이 싹트기 마련이지요.삼국 중에 가장 후진적이었던 신라는 자체의 역량이 부족함을 깨닫고 당나라라는 외세의 힘을 등
“세계적으로 위상 높은 불교 모든 이를 부처님처럼 대하길” 먼저 이 자리에는 계신 분들은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자살률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2010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자살률이 약 11.3명이지만 한국은 28.1명이다. OECD 34개 국가 중 자살사망률 및 자살증가율이 1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양극화’와 ‘부패’를 꼽을 수 있다. 세계화가 되고 신자유주의가 발달하면서 승자독식의 사회로 변했다.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세계 4번째 수준이다. 옛날에는 중산층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중산층들이 거의 없어졌다
“종교와 사회복지는 한 뿌리 불교의 복지사업은 하화중생” 남아메리카 대륙의 빈부격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상류층 5%, 중산층 7%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빈곤층에 해당한다. 여기서 빈곤층이란 상대적인 빈곤이 아니라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요소를 갖추지 못한 절대적 빈곤을 뜻한다. 이때 가톨릭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면서 90% 이상의 국민들이 가톨릭을 신앙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불교의 역할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얼핏 보면 종교와
고려 정토신앙, 〈법화경〉 근거한 성불 지향 고려후기 ‘영산회상변상도’ 하단에 표현된 아사세왕은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참회를 통해 구원 받아 성불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상징적 인물이다(550호 15면 그림 참조). 이 아사세왕 도상은 특이하게도 고려 13~14세기에 조성되었던 ‘영산회상변상도’에만 한시적으로 등장하는데 과연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도상(圖像, Icon)은 종교, 신화 및 그 밖의 관념체계 상 어떤 특정한 의의를 지닌 미술품에 나타나는 인물 또는 형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도상
네팔과 태국, ‘전통 계승과 발전’ 차이 실감 대만 고궁박물관 볼수록 진귀한 보물 가득 불광산사 열린 경영, 불교의 세계화 선구자 여행에서 두 번째로 순례한 국가는 네팔인데, 불교신도들에게 영원한 성지인 룸비니가 있는 곳이며,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한 나라다. 힌두교도가 80%이고 불교도는 10% 밖에 안 되는데 신도들이 서로 섞였다고 한다. 룸비니와 카트만두는 많이 달랐다. 룸비니는 평지에 있어 무난했지만 카트만두는 입성부터가 달랐다. 기류가 높은 설산에 막히면서 날씨가 수시로 변하는데, 이날도 네팔의 설산은 우리
환자 다양해졌는데 처방전 여전히 ‘단순’ 신도 욕구 ‘누가 충족시키느냐’가 관건 현대인 정신적 고충 해결 못하면 도태 대만인 번민 치유해준 대만불교 모범 신도들 종교 넘나드는 ‘탈 종교’시대 종교인 절박함, 위기의식 없는 듯 각 종교 다양한 메뉴 개발 필요성 대두 스님들, 일반사회 구성원과 소통해야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어제의 세상이 다르고, 오늘의 세상이 다르다. 그런데 종교는 어떤가?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는 종교가 있고, 애써 외면하는 종교도 있다. 또 종교 내에서 순응할 수 있는 영역과 순응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