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안의 2대 독자로 태어난 필자는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마마보이’로 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데는 뜻이 없어 늘 비리비리한 모습이어서 어머니께서 마음고생이 심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서강대 1학년 여름방학 무렵인 1974년 6월 말 문득 자신을 돌아보고 ‘한심한 놈’임을 어렴풋이 인지하게 됩니다.그 후 1년간 몸부림을 치다가 독서를 통해 석가세존의 ‘독화살의 비유’를 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어 1975년 9월 초 서강대 혜명회(慧命會)에 입회해 불교경전 공부를 시작했으며,
입춘 지나고서 날이 훨씬 푸근해졌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볕이 곱게 부서진다. 볕 아래 있으면 옷을 하나 더 껴입은 듯하다. 볕은 금잔디처럼 대지에 쏟아진다. 입춘을 맞아 절에서 입춘방을 얻어 와서는 그걸 집에 풀칠해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고 쓰여 있다. 선행을 하면 선과(善果)를 얻게 될 것이다. 함께 받은 한 장에는 바랑을 멘 동자 그림이 있고 그 아래에 짧은 문장이 씌어 있었는데, “이 세상에 내 것 어디 있나. 사용하다 모두 버리고 갈 것을…….”이라고 적혀 있었다. 욕심을 덜 부리고 나눠주면 선과
〈젠틀 매드니스(Gentle madness)〉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우아하고 점잖은 광기’라는 뜻의 제목입니다. 이 말은 1800년대 미국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가 자기 할아버지를 가리켜서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거의 책에 미치다시피 한, 가장 고귀한 질병이라 할 수 있는 애서광증(愛書狂症)에 푹 젖어버린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쓴 말입니다.〈젠틀 매드니스〉는 제목 그대로 책에 미친 사람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보다는 모으는 사람을 소개하고 있지요. 희귀본이나 유명인사가 오래 소장한 수택본(手澤本), 명망
인류의 환경 파괴에 대한원로 자연·동물학자의 증언“이 영상은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증언입니다. 누구의 시선이 더 필요할까요?”앞뒤 상황을 잘라 먹은 뜬금없는 표현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여러 번 읽고 의미를 곱씹어 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무엇에 대한 표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명확한 건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Frederick Attenborough, 1926~)’라는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 영상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시선이 큰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
박병욱(64) 포항 황해사(주지 유정 스님) 신도회부회장은 36년 간 공직(公職)에 몸담았다. 가족 부양을 위해 한평생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불교와 별다른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은퇴 후 뒤늦게 천태불자가 된 그의 불교 인연담을 들어봤다.가난 싫어 공직생활 시작그는 1958년 12월 포항에서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는데,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시골 생활이 너무 힘들었던 그는 1974년 중학교를 졸업한 후 차비만 챙겨 무작정 상경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 생활은 상상보다 더 힘들었다.
▲ 메타버스 시대의 불교 ‐ 총론무궁무진 소재 품은 불교메타버스 콘텐츠 보물창고 - 글 김성규2020년 발병한 COVID-19 팬데믹으로 우리 인간은 일상적인 대면생활이 마비되고 모든 것이 단절되면서 이제까지 마음껏 누리던 자유가 없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극복으로 메타버스(Metaverse)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어느 일요일, 대구 시내에 있는 포교당 보현사에 법회를 보러 갔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이 신자들에게 모바일 티켓을 설명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선재아바타와 함께 떠나는 M도리천에서 M도솔천까지의 여행’ 티켓이었다.
목조나한상(조선시대, 높이56.57cm, 폭 29cm)결가부좌해 각각 지물(紙物)과 경전을 들고 있는 나한상이다. 둥글고 갸름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지물을 들고 있는 나한은 눈썹에 힘을 주어 미간에 주름이 있고, 목에는 삼도(三道)가 표현되어 있으며, 어깨는 넓은 편이다. 왼손은 지물을 잡고 오른손은 지물 위를 살짝 짚고 있다. 경책을 펼쳐 들고 있는 나한의 이목구비도 비슷하나 어깨는 보다 좁은 편이다. 양쪽 모두 가사의 채색이 잘 남아 있다.
폭이 몇백 리나 되는 강을 보셨나요? 800리나 된다네요. 배를 타고 건너도 한세월 가야 하겠지요? 그런데 배도 띄우지 못하는 강이래요. 깃털도 가라앉아 버리는, 약수(弱水)라는 물이 흐르는 강이래요. 그런 강이 현장법사 일행을 떡하니 가로막네요. 인도로 가야 하는데, 강을 건너야 하는데 건널 길이 없네요. 거기다 일행을 막아서는 흉악한 요괴까지 있어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요괴가 바로 사오정입니다. 하늘의 관리였다가 죄를 지어 추방당해 요괴가 되었고, ‘유사하’라는 강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살다가 결국 현장법사 호위대 삼총사의
고달사지 유물 발굴서 ‘발굴조각’ 창안“한국적인 美 세계에 알리고 싶어”옥빛 파도가 넘실거리는 제주도 애월읍. 인근에 위치한 극락사의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자 등받이가 길쭉하게 솟은 의자 조각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성인 허리춤 높이의 어린왕자 조각상이 서 있다. 일반적인 사찰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전경이었다. 모두 ‘발굴조각가’로 알려진 이영섭 조각가(60)의 작품이다. 그는 최근 양평에서 제주도로 작업장을 옮겼다. 이유를 묻자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를 추적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세계 최초로 발굴조각 기
흥분도 침체도 없는고요한 마음의 유지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행복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과연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한 것은 이러한 물음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6년간의 수행 끝에 체험적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님은 고해(苦海)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불교는 이렇게 석가모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는 날에도 관람객이 많지 않은 고즈넉한 장소가 있다. 이곳은 울창한 나무 사이 굽이굽이 길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석조물이 놓여있는 야외전시장이다. 서울 종각에 있었던 보신각종과 이름 모를 무덤 앞의 문인석과 무인석을 지나다보면 어느 순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석탑과 석등, 승탑과 탑비를 발견하게 된다. 파란 하늘 아래 천천히 걷다 보면 나무와 풀잎 너머 화강암의 반짝거림 속에 처음엔 무심한 듯 석조물을 지나치다, 다시 돌아보며 감탄하고, 이윽고 조금은 의아하고 복잡한 감
고타마 붓다 재세 시에 소나(Sona)는 사밧티(Savatthi)의 좋은 가정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예쁘게 성장하여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여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그녀는 열 명의 자녀를 낳아 길렀기 때문에 ‘자식 많은 소나’로 알려졌습니다.그녀는 자녀 10명의 행복을 위하여 평생을 보냈습니다. 소나는 자녀들을 즐겁게 양육했고, 그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는 적합한 배우자를 찾아 결혼을 시켜 주었습니다. 소나와 그녀의 남편은 자녀·손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남편의 출가와 자녀의 홀대소나의 남편은 신심 있는 재가 신자였습니
호흡과 음료와 식생활은 우리의 생존에 긴급한 3대 요소이다. 호흡을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고 습기가 보존되는 나무 밑이나 굴(窟)이 필요하다. 왕자였던 석가모니는 국가의 갈등을 벗어난 인간의 궁극적 구제를 과제로 삼았다. 먼저 각자 개인의 수양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세속의 영화를 멀리하고 출가하였다. 보리수 밑에서 자신을 관찰하고 음식을 극히 소량으로 줄였고 모든 고행을 그대로 경험하였다.수행 장소는 공기가 신선하고 수분이 보존되어야 적합하다. 나무 아래는 수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공기와 물은 식품과 달리 대체 가치를 지불하
전미경 2023년 作자연, 공존 01 _ 28x20cm _ 종이에 자연물전미경 작가는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공작새’와 ‘세레나데2’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저서로 〈풀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풀꽃 그림〉·〈풀꽃으로 그린 풍경〉이 있다.
젊은 시절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일만 하고 살았다. 하지만 가슴속 한켠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싶은 목마름이 항상 존재했다. 오늘의 주인공 허령자(80) 불자는 5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약사로 살다 천태종과 인연이 돼 은퇴 후 진정한 천태불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허령자 불자의 이야기를 부산 광명사에서 만나 들어봤다.둘째 언니 따라 약학대학 입학허령자 불자는 1943년 11월 부산에서 다섯 자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녀가 여덟 살이 되던 해인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수많은 피난민이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남쪽 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이 인류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해 지구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구를 살리자’는 취지로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다룬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제작·상영돼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외에서 제작된 환경 다큐멘터리를 선별해 소개한다. 2022년 6월 3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다. 원작은 KBS 2TV에서 2021년 가을에 힐링환경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한 ‘오늘부터 무해하게’다. 이 프로그램은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던 공효진·이천희·전혜진
설산(雪山)내가 사는 애월읍 장전리에서는 한라산 산봉우리가 저만치 보인다. 그 산정을 볼 때마다 어떤 위엄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부동의 자세를 보여주지만 그것은 오히려 위세가 있되 엄숙하고 점잖다. 한라산에 눈이 내려 우러러보는 산정은 이제 고결한 흰 빛이다. 나는 생활을 하다 이따금 산봉우리를 본다. 그럴 때마다 산정은 순은(純銀) 그 자체요, 고고(孤高) 곧 그것이다. 나는 너무 찌든 상태로 살고 있고, 또 나는 너무 혼미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됨됨이가 어떠한지, 불안정하지 않은지, 속내가 난마(亂
● 할아버지는 말했다. “사람은 하늘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하늘 조심하듯이 일꾼들을 조심해야 한다. 성인은 ‘밥이 하늘[食而天]’이라고 말씀하셨다. 밥을 성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밥을 먹지 않아야 한다. 밥 만드는 일은 성스러운 행위다. 사람은 밥값을 하고 살아야 한다. 농부는 농사 잘 짓는 일이 밥값이고, 어부는 고기 잘 잡는 일이 밥값이고, 머슴은 주인집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밥값이고, 의사는 병 고치는 일이 밥값이고,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밥값이고, 효도하는 것이 밥값이고, 임금은 백성을 가없
대학시절, 자주 사용하던 낱말들이 있었다. ‘허무’, ‘허전하다’, ‘슬프다’, ‘좌절감’, ‘울먹이다’, ‘천둥같이 울었다’, ‘우울의 극치’ 등이다. 김남조 선생님의 시 강의에서 “허전하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 시절 그분의 한마디는 내 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졌고, 그 말과 의미까지 내 것이 되어 가고 있었다.그래서 그 말을 후렴처럼 사용하며 살았다. 그뿐이겠는가? 사실은 ‘나’라는 여자의 그 내면에 이런 ‘청승’이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낱말은 그 시절 멋으로 사용했던 표현들이기도 했다.
곱게 간 돌가루와 섞인 물감이 하얀 캔버스를 물들인다. 거침없이 뿌려진 색색의 물감. 규칙 없이 캔버스 위에 흩뿌려진 듯하지만 어느새 조화를 이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드리핑(Dripping)’과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을 통해 작품을 구현하는 이 추상화는 바로 ‘한국의 잭슨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이라 불리는 장소영(34)의 작품이다.국내에서 네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카루젤 드 루브르 아트쇼핑(Carrousel du Louvre Art 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