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종교적 이념을 표현한 그림을 불화(佛畵)라고 한다. 하지만 불화를 비롯한 불교미술 분야는 활동 영역이 좁을 뿐 아니라, 급변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해 사양길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다. 전공자들마저 외면하고 있는 불교미술 분야에 웹툰(Webtoon)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이가 있다. 불교일러스트레이터 장정윤(31) 씨다.별 모양의 보관(寶冠)을 쓴 사랑스러운 요술공주가 한 손에는 여의주를, 한 손에는 마법지팡이를 들고 커다란 유리구슬 위에 앉아있다.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
“돌아가 쉬라 새여훗날의 아름다운 하늘 속으로네 지나간 자리엔감꽃 하나 지지 않았으니.”김사인 시인의 시 ‘새’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시인이 우리들 새의 모습을 참 잘 노래한 것 같아 가슴이 ‘찡’합니다. 아름답고 광활한 하늘을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존재가 바로 우리들 새입니다. 우리는 작고 가볍습니다. 두 날개만으로 멀리 날아가야 하니 몸이 크거나 살이 찌면 곤란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새들이 다 그렇게 작고 여리지는 않습니다. 작은 꽃 속을 드나들어도 꽃잎 하나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몸집인 벌새가 있는가하면, 날개
2,800년 茶王樹 비롯천년 차나무 군락 이룬천혜의 차나무 박물관우리나라도 보이차(普洱茶) 열풍이 분지 이미 오래여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보이차는 공차(貢茶)의 한 종류인데, 전한(前漢, 기원전 202년 유방이 건국) 이전에 이미 야생차나무를 발견했던 토착 소수민족인 백복족(百濮族)이 찻잎을 가공했고, 이후 하니족(哈尼族)·라후족(拉祜族)·와족(佤族)에게 제다기술이 전해졌다고 한다. 현재 보이차 생산은 기업화되어 있는데, 이번 호는 이런 점을 고려해 독자들이 자주 접하기 힘든 수
고백합니다. 이번 호에는 일본 고전수필을 대표하는 요시다 겐코(吉田兼好)의 〈도연초(徒然草)〉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꺼내 읽던 중에 ‘아차!’ 싶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주옥같은 글을 먼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러한 것처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당대인(當代人)의 삶은 아프고 뜨겁습니다. 그런 중에서도 땀땀이 남긴 선조들의 소중한 기록을 한낱 옛것이라고 저만치 밀쳐놓고 있었다니요.겨레 얼 빛낸 거장들의 글 모음
학교에 가던 아이들은 사장나무 밑에 모여 떨고 있었다. 나도 그 가운데 들어 있었다. 구레나룻이 까만 하사관 하나가 우리들 앞으로 걸어왔다.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던 그는 문득 내 팔을 잡아당겼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고, 세상이 온통 어질어질 기우뚱거렸다. 나를 질질 끌고 가서 논둑 밑에 꿇어앉히고 날카롭게 반짝거리는 뱀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혼겁한 채 떨었다. 하사관이 “너희 학교에 굴 있지? 사람들 숨는 굴 말이야.”하고 물었다. 굴(窟)나는 학교 뒤뜰 변소 옆 언덕에 있던, 일제 때의 방공호를
‘실론(Ceylon)’으로 불리던 시절, 스리랑카는 ‘인도의 눈물’ 혹은 ‘인도양의 눈물’로 불린 적이 있다. 섬의 모양이 물방울처럼 생겼기 때문에 생겨난 별칭이다. 그런데 스리랑카의 긴 역사 대부분이 고난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의 눈물이 아니라 ‘스리랑카의 눈물’ 혹은 ‘싱할라족의 눈물’이라고 불려야 될 듯하다. 고난이 닥칠 때마다 그들은 왕실을 중심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는데, 스리랑카 왕실의 정신적 지주는 불교였다.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해진 때는 기원전 3세기로, 인도 마가다국 마우리아 왕조의
‘블로그(Blog)’는 자신의 관심사나 생각을 글과 사진을 통해 자유롭게 게시하고,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개인 웹사이트다. 블로그의 글은 △여행 △스포츠 △패션 △요리 등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으며, 간단한 검색으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위스덤 커플(Wisdomcouple)’은 강혜성(34)·최지윤(29) 부부가 사진과 짧은 글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블로그다. 여행·데이트·농촌체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고, 특히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후기가 잘 정리되어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
소사 백성목장과 〈금강경〉 법회백성욱(1897~1981) 박사님은 말년의 대부분을 소사 백성목장에서 보내셨다. 타계하시기 얼마 전 거처를 한강변 반도아파트로 옮기시고 거기서 열반하셨다. 나는 2019년 9월 소사 백성목장 옛터를 도반들과 함께 방문하고 박사님의 사리탑에 참배했다. 백성목장은 내가 아내와 함께 신혼여행을 온 곳이기도 하다.현재 그곳에는 선생님이 기거하시던 건물은 없어졌고, 선생님의 사리탑과 동국대학교에서 세운 비석만 남아있다. 원래 경기도 장흥 대승사에 모셨는데 어느 해 큰 홍수로 유실되기 직전에 이선우 도반 등이 이
우리는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5개국과 16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시장이나 마트에서 중국산 참깨와 고춧가루, 고사리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소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이 관세무역 장벽까지 세워 국내 농가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이번 호 주인공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전남 강진에서 2대째 농업을 이어 단감 생산·마케팅·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토룡단감 대표 김지용(37) 씨다. 전남 강진 신전면 용월리는 젊은 농부 김지용
‘새말귀’ 수행론 정립·보급하며보림회 결성, 거사 禪風 일으켜백봉(白峯) 김기추(金基秋, 1908~1985) 거사는 1908년 부산 영도에서 한의원집 아들로 태어났다. 1923년 부산 제2상업학교에 입학했는데, 뒤늦게 설립한 일본계 학교를 ‘부산 제1상업학교’라고 부르는데 반발해 동맹휴학을 주도했다가 퇴학을 당했다. 20세 때는 민족 단결과 조선해방에 뜻을 둔 청년동맹인 부산청년동맹 3대 위원장을 맡아 일제에 항거하다가 부산형무소에 수감됐다. 이때 친동생인 김양추가 〈벽암록〉을 반입해줘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만기 출소 후에도 일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됐지만, 다행히 국내는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급한 불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잔불정리를 소홀히 하면 재확산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낮다. 방역대책과 의료체계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의료진의 노고 덕분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의사의 그늘에 가려져 좀체 드러나지 않는 간호사의 역할이 컸다. 이번 호 주인공은 혈액내과 병동에 근무하는 김유진(28) 간호사다. 김유진 간호사가 근무하는 서울의 혈액종양내과
포르투갈 서쪽 1,500km 대서양에서유기농 재배하는 유럽 유일의 차밭유럽 남서부 이베리아반도 북서쪽에 9개 섬이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아조레스 제도(Azores Islands)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유럽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차밭이 13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서 품질 좋은 차가 생산될 수 있는 이유는 산성화된 화산 토양과 연중 10℃~26.7℃로 유지되는 기온, 연평균 1,270mm의 많은 강우량, 풍부한 일조량, 높은 습도 등 지중해성 기후로 차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아조레스 제도의
인도는 불교가 성립한 부처님의 나라다. 인도의 불교도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 자신들도 붓다가 되기 위해 용맹정진했다. 그러나 인도의 혹독한 날씨는 수행에 큰 장애물이었다. 그래서 날씨와 무관하게 수행을 할 수 있는 석굴을 조성했다. 현재 인도에는 1,300여 개의 석굴이 남아 있는데, 아잔타석굴은 그 중에서 종교적·예술적으로 가장 가치가 뛰어나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800년 간 1,300곳 석굴 조성석굴사원은 수행자에게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최상의 수행공간이다.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항
재산을 불려주는 소아주 오래 전 인도 땅에 바라문 한 사람이 송아지 한 마리를 사왔습니다. 이 송아지는 동물희생제에 쓰일 운명이었지만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지게 됐습니다. 바라문은 송아지를 데려와서는 난디 비살라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사랑을 담뿍 담아서 길렀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난 난디 비살라가 어느 날 바라문에게 말했습니다.“저는 인도 땅에서 가장 힘이 센 소입니다. 그러니 소를 많이 키우고 있는 부유한 상인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십시오. ‘우리 집 수소는 짐을 가득 실은 수레 백 냥(輛)을 한 번에 끌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지각을 한 날, 나는 선생님의 출석부에 결석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출석 점호를 하는 때에 나는 막 운동장에 들어서고 있었고, 뒤늦게 교실로 들어왔지만 선생은 나의 결석을 지각으로 표시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곤 했다. 나는 네 시간 수업을 빠짐없이 받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그 날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와 같은 일이 늘 반복되었으므로 학년말에 성적표를 받아보면 결석이 다섯 개쯤 되어서 개근상도 정근상도 받지 못했다. 아버지의 공책검사매 학년 말에 나는 항상 우등상은 받았지만 개근상은 한
올봄 벚나무 화기(花期)는 유난히 길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의 방음둑에 길게 줄지어 선 벚나무들도 열흘 넘게 꽃구름을 드리워 주었습니다. 벚꽃은 거의 안쓰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었지요. 봄날 얄궂은 날씨 탓에 꽃잎을 터뜨리자마자 폭설처럼 속절없이 져야 했던 해가 다반사였으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벚나무의 그 화사한 꽃들이 사람들의 눈시울 위에 열흘도 넘게 둥두렷이 머물렀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알아채셨겠지요? 그렇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인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느 해와 달리 여러 날 꽃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은 내면의 고립감으로 대중 속에서 홀로 번민하는 사람을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라 불렀다. ‘고독한 군중’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겉으로는 밝고 긍정적인 행동을 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불안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명상’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어플) ‘코끼리’를 소개한다.다니엘 튜더의
이른 봄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중촌 건너편의 보리밭에서 혼자 김을 매고 북을 주고(흙 돋움) 있었다. 겨울을 견디며 자란 보리밭이었다. 바람이 건듯 불면 먼지가 보얗게 날았다.‘아제’라고 부르던 머슴이 제 집으로 돌아간 다음 다른 머슴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은 집의 아기들도 다 자랐으므로 순이도 제 집으로 돌아갔다.중촌마을에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김 수확에서 장원을 했다고 소문난 집 노모의 회갑잔치였다. 중촌마을 사람들은 술에 취하여 북장구를 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는 그 잔치에 가지 않았다.
‘無’자 화두로 한평생 정진선도회 조직, 입실점검 전통 세워함흥의 갑부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성장했던 종달(宗達) 이희익(李喜益, 1905~1990) 선사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대학 철학과를 수료한 후 귀국해 함남일보사 기자를 거쳐 〈조선불교〉 잡지사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불교 관련 원고 교정을 보다가 특히 선(禪)에 매료돼 1928년 선지(禪旨)에 밝았던 편집장 삼소(三笑) 나까무라 겐타로(中村健太郞, 1883~?)의 인도로 일본 임제종 남선사파(南禪寺派)의 조실(祖室)과 묘심사파(妙心寺派) 경성별원 주지를 겸했던 화산대
영국 식민지배 때부터 홍차 재배타밀족 여인 땀과 눈물로 일궈내‘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스리랑카는 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인도양 한 가운데 눈물방울처럼 떨어져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인도양의 눈물’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별칭은 일찍이 유럽 열강의 침입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아름다운 섬나라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실론티(Ceylon Tea)’다. 홍차의 나라로 불리는 스리랑카의 차밭으로 떠나보자.스리랑카는 1505년부터 약 440년 간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 등 유럽 열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