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느리게도 가고 빨리도 간다 큰 꿈을 누가 먼저 깨우는가 大夢誰先覺평생 나 스스로 알려니 平生我自知초당에 봄잠 늘어졌는데 草堂春睡足창밖에 해는 더디기만 하구나 窓外日遲遲유비(劉備)가 제갈량(諸葛亮)의 초당을 세 번째 찾았을 때 마침 제갈량은 따뜻한 봄기운을 받으며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유비는 밖에서 공손히 기다렸다. 마침내 제갈량이 잠에서 깬다. 그러면서 읊은 시, “창밖에 해는 더디기만 하구나.”제갈량은 굳이 느린 해를 탓하며 손님을 맞는다. 만약 해가 넘어갔더라면 잠을 자야하니 내일 오라고
해와 달은 하늘 세계를 대표하는 물상(物象)으로 우리의 인간 삶과 밀착되어 있는 친숙한 존재이며, 한국의 전통 문화 속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로 등장한다. 한국의 역사ㆍ문화에서 태양과 달이 어떻게 기능해 왔을까. 태양과 달이 지닌 속성과 상징성을 살펴보고, 태양과 달을 상징하고 이를 형상화 한 일상문(日象文)과 월상문(月象文)의 다양한 용례들을 통해 그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태양 속성ㆍ상징은 광명과 풍요태양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의 대표적인 대상 가운데 하나이다. 눈부신 광명과 뜨거
온누리를 밝히는 해와 햇빛이 없는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신성시하는 존재다.불교에서도 해와 달은 약사여래의 협시보살로 표현되는 등 그 존재감은 어느 곳에서나 빛을 발한다. 이른 새벽 정한수를 떠놓고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마음도 해와 달에 닿아있다. 인간들의 내면에 담긴 해와 달은 어떤 모습일까.
조화와 합일로 존재의 귀함을 읽어요당신은 몇 편의 시(詩)를 외우고 있는가? 일주일 혹은 한 달에 몇 편의 시를 읽는가? 시는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으며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일상의 흐름을 따라가기 바빠서 시를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한 편의 시를 읽으며 고즈넉한 사색에 빠져드는 여유가 대단한 사치도 아닐 텐데 말이다. 오늘날 한국문단에서는 등단한 시인이 1만 명 쯤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한 달에 한 편씩만 발표해도 매월 1만 편의 시가 생산되는 셈이다. 그 모두가
바람이 일어선다나무가 서 있는 곳은 초록빛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나무는 영원한 초록빛 생명이라고 누가 말했더라숲을 뒤흔드는 바람소리 곡 같아 오늘은 사람의 말로저 나무들을 다 적을 것 같다내 눈이 먼저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오려나거위눈별이 물기를 머금고 있다먼듯 가까운 하늘도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하루 하루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우리도 바람속을 넘어왔다 나무에도 간격이 있고초록빛 생명에도 얼음세포가 있다삶은 우리의 수난 목숨에 대한 반성문을 쓴 적이 언제였더라우리는 왜 뒤돌아본 뒤에야 반성하는가바람을 맞고도 눈을
죽음의 기호 혹은 권력의 굴레 오랜 시간 동안 문학작품에서 자연 대상물을 문학적 소재로 많이 취하여 왔다. 그중에서도 바람은 작가들이 즐겨 애용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자연 대상물 중에서도 바람은 가변성과 비시각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바람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으며, 단지 감각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특이성 때문에 문학 작품 속에서 바람은 다양한 의미의 은유로 다루어져 왔다. 삶과 죽음을 상징하거나, 생의 의지를 실현하는 대상으로 혹은 민중을 억압하는 기호로 드러나곤 한다. 이처럼 문학 작품 속에
바람과 함께 왔지만 함께 사라지지는 않는다!더위가 이끌어낸 바람의 사색참으로 기막힌 여름이었다. 기억하기 귀찮아하고 글쓰기 싫어하는 사람도 훗날 를 쓰라 하면 틀림없이 그 유명했던 1994년의 여름과 이번 2016년의 지긋지긋한 더위를 더듬어 회고할 게 분명하다. 그런 혹심한 더위 속에서 절박해진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바람, 바람이었을 것이다. 산바람 골바람 가림 없이, 맞바람 뒷바람 마다않고, 선풍기바람 에어컨바람 거침없이 그저 기나긴 동면을 앞둔 곰 마냥 닥치는 대로 틈나는 대로 미풍, 약풍, 강풍
만물을 기르는 대지의 숨결바람은 역사다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가던 가을, 최초의 가미카제 공격이 단행되었다. 가미카제는 일본의 신무기로 인간폭격기, 자살특공대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3000여 회의 가미카제 공격이 있었고, 5,000여 명이 죽었다. 가미카제란 신풍(神風), 즉 ‘신이 보내준 바람’이란 뜻이다.이 단어는 1274년 대규모 여몽연합군(麗蒙聯合軍)이 일본 원정에 나섰다가 태풍을 만나 실패한 역사에서 유래한다. 한치윤(韓致奫, 1965~1814)의 〈해동역사(海東歷史)〉에, “저들(몽고)이 고려를 통해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존재한다. 바람에게도 생멸이 있고, 힘이 있고, 길이 있다. 인간의 삶에는 무수한 형태의 바람이 불어온다. 자연현상으로써의 바람이 인간 문명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생명이 진화하고 현실에 적응하는 것은 바람과의 싸움이고 그 싸움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바람의 길을 따라 인간은 진화해 왔고 문명을 길러 온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도 바람이 분다. 흥에 겨운 신바람도 불고, 도덕적 타락의 바람도 분다. 주변을 둘러보면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바람을 타고 있으니, 그 바람의 결을 헤쳐 보는 것은 인
눈 내린 저쪽 어둑한 일천 봉우리(雪外千峯暝)구름 사이사이로 명멸하는 몇 점 불빛(雲間幾點明)멀고먼 변방에서 봉화 올리어(遙遙自關塞)밤마다 서울에 알리는 것이렷다(夜夜報秦城).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는 불(風急偏難定)누가 더 밝은지 별빛도 다투려 하는구나(星疏乍欲爭).썩어빠진 유자(儒者)들 세상 난리 봉착하여(腐儒逢世亂)이 불빛 보게 되면 가슴 철렁하리라(看此寸心驚).[감상]조선 중기의 문신 장유는 학식도 뛰어났고 문재(文才)도 밝아 아름다운 시를 많이 남겼다. 제27권에 들어 있는 이 시는 봉화를 주제로 삼고 있다
모닥불과 장작불공동체의 본질에 비유해집단무의식 탐구불의 운명은 인간이 겪어 온 역사적 궤적에 비례한다. 문화는 인간의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그 본성이 문명사 위에 놓인다. 인류가 자연환경을 이용해 인간다운 생활을 가능케 한 순간 이래 문화는 인간 삶의 존재론적 배경이 되어 왔다. 그런 맥락에서 불은 문화를 형성하는 시원적 계기인 동시에 핵심의 기제에 해당된다. 불은 인간에게 있어서 유적 본성을 실현하는 필수불가결한 도구이자 현상인 것이다.희망과 불행의 아이콘한편 문학은 인간의 삶을 반영한다. 불은 소재를 넘어 삶의 배경에
무엇을 태우고태워보내는 능력다양한 의례에 접목인간과 신성의매개역할지난 8월 6일 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이 브라질 리우에서 개막되었다.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이래 줄곧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불이었고, 그 점화 및 소화의 기법과 방식은 올림픽의 또 다른 화젯거리이자 볼거리였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부턴가는 멀리 그리스의 헤라신전에서 성화를 채화하여 봉송을 거치는 불의 대장정 릴레이가 추가되었고, 그것은 인류를 위해 신들의 나라 올림푸스에서 불을 훔쳐온 저 위대한 영웅 프로메테우스가 벌인 문명의 도
‘불’의 사전적 의미는 ‘물질이 산소와 화합하여 높은 온도와 빛과 열을 내면서 타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해 놓고 보니 불은 현상계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불은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코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불은 모든 것의 시작이고, 끝이다. 생성은 물론 소멸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인간 욕망의 상징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 Lévi-Strauss, 1908 ~2009)의 말처럼 불은 ‘날 것’에서 ‘익힌 것’으로의 변화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즉, 생식(生食)에서 화식(火食)으로의 전환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불이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는 한 시대의 구호가 아니라 인류사의 영원한 경구(警句)일지 모른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닿아있는 불의 영역은 의외로 넓고 절대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에게 불은 선인 동시에 악이기도 하다.삼시 세끼 먹는 식사는 불을 통해 조리되고 대낮같이 밝은 조명도 다름 아닌 불빛이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불에서 얻는 에너지이고, 화가 나고 마음이 뒤틀리면 몸에서도 ‘불’이 난다. 마음의 불도 불이다. 불의 파괴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크고 작은 화재로 인한 생명의 손실은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전
물이형기 시인(1933~2005)얼음 속에 갇혔다 빠져나온 물은실눈을 뜨고 살며시 대지에 스민다.스며선 뿔뿔이 흩어지는 물네덜란드의 둑으로도 가고백두산 천지로도 기어오른다.마나과의 지진 터그 폐허를 찾아가서는늙은 겨울의해진 구두 밑창을 적시는 물도 있다.그러나 어떤 한 줄기는 엉뚱하게내 혈관 속으로 기어든다.겨우내 검게 응어리진 피를 풀자는 뜻인가그래서 나를슬픔을 다는 저울침의 눈금처럼파들거리게 하자는 뜻인가쳐다보면 뿌연 하늘하늘에도 벌써 물 한 줄기 스며들었고나! 출처 〈그 해 겨울의 눈〉(고려원,1985)
바닷속 과학이야기 ‘씨몬스터전’ 세상의 모든 물이 한데 모이는 바다는 만물의 어머니이고, 수많은 생명의 삶의 터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육지의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의 몇 십 배 크기의 고래까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바다. 바다 속 생물의 몸을 잘 살펴보면 경이로운 진화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구에 처음 생명이 숨쉬기 시작할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물을 비롯해 육지에서 사용했던 기관이 퇴화한 동물, 바다에 잘 적응해 발달된 기관을 지닌 동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미국과 중국 등 4개국 20개 도
물과 문학 문학작품 속에 투영된 물의 의미 지난해 물 부족 사태로 충남 서해안지역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강우량이 예년보다 절반으로 줄어 보령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제한급수라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물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물은 생명과 직결된다. 물이 없으면 지구도,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 생텍쥐페리도 에서 물에 대해 “너(물)는 생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신화와 설화종교의식과 제사 등물로 신성과 청결 상징동서고금에 보편적 현상 물, 신성존재와의 만남‘물 한 그릇 떠놓고 식 올린다’는 말이 있다. 신랑ㆍ신부가 서로 머리를 틀어주면서 치렀던 가난한 이들의 혼례에서도 빼놓지 않았던 건 한 그릇의 정화수였다. 비록 제대로 갖추어 치르지는 못하지만 정화수로써 천지신명에게 신성한 혼인을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새벽마다 부뚜막이나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객지에 나간 자녀와 가족의 무탈함을 빌었다.이처럼 물은 신에게 올리는 가장 근원적이고 신성한
많은 사람들이 ‘물은 생명의 본질적 근원’이라는 명제가 고대 철학자 탈레스가 주장한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일원설 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땅·물·공기·불”이라 설명한 사원설에 기초한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들 고대 철학자의 주장이 입증된 것은 근대 과학자 오파린의 ‘코아세르베이트 가설’과 이를 입증한 밀러의 ‘유기물 합성 실험’으로 이루어졌다.이는 약 35억년 전 지구 원시해양에 단순한 구조의 원형질체인 ‘코아세르베이트’에 기반한 최초의 원시 생명체가 출현함을 증명함으로써 확인되었다. 원시 생명체의 탄생 과정에서
오늘 하루 몇 잔의 물을 마셨을까? 오늘 하루 먹은 음식에서 물의 비중은 얼마일까? 하루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물로부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색깔도 없고 맛도 없는 물이지만, 그 물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고 인류 문명을 발달시킨 원동력이다. 사람의 몸 자체도 70%이상이 수분이라니 물이 생명이고 에너지라는 것을 누가 부정하겠는가?물에서 시작된 생명, 물을 통해 삶을 유지하고 문명을 이루어 살아가는 사람과 뭇 생명들. 인간에게 물은 무엇이고 인류문명에서 물은 어떤 의미일까? 물을 이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