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일체 존재는 모두 죽는다. 죽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별다른 설명이 필요할 리 없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지 않았는가. 태어난 이는 반드시 사라지고, 만난 이는 떠난다고. 너무나 평범한 죽음이라는 이 명제, 그렇지만 우리 중에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은 없다. 우리는 부모형제나 친지 등 가깝고 먼 이들과 죽음으로 이별하면서 죽음을 느낄 뿐이다. 이것 말고는 죽음을 추상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밖에 없다.물론 부처님과 같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 혜안으로 죽음을 간파하고 우리들에게 사후 윤회하는 실상을 알려주시지만 이는 종교적 세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이었으니 17살 때였다. 크리스마스 때 대학에 다니는 선배로부터 〈톨스토이 인생독본〉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톨스토이가 34살부터 39살까지 〈전쟁과 평화〉를 썼는데 그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자 독자로부터 날아오는 펜 레터를 두 사람이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펜 레터 속에는,‘당신은 신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하는 극도의 찬사가 섞여 있었다. 그러자 톨스토이는,‘글을 쓰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사기 행위다’라는 생각을 하고 글쓰기를 멈추
고려불교사 인식과 연구방법 크게 진전시켜 고려불교는 한국불교에서 고대와 조선의 불교와는 다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불교학적으로는 고대불교를 계승하면서 각 종파의 교리를 심화 확충하는 추세였다. 또한 동 시대의 동북아 정세와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면서 불교가 지닌 가치를 발휘하고 있었다. 특히 불교가 국가종교인 만큼 제도나 교단이 지닌 정체성이 고대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였다.성리학(性理學)을 중심으로 한 유학(儒
역사에 눈먼 이에게 비춰진 한줄기 등불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된 뒤 원효 · 의상 · 의천 - 지눌을 비롯한 훌륭한 스님이 불교 역사를 빛냈고 ‘세계 역사상 가장 완벽한 대장경’이라는 평가를 받는 해인사 대장경판과 고려불화를 비롯한 찬란한 문화를 창출하였다고 하면서도, 한국 불교는 자신의 역사를 정리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답답한 현실을 뚫어 보겠다고 서원한 인물이 근대 불교사에 빛나는 〈조선불교통사〉(이하에서는 〈통사〉로 표기)를 쓴 상현 이능화(
광복 후 한국불교 연구에 초석 세상에 나오게 된 인연세상에 나오는 모든 결과물에는 인연이 있다. 40년 가까이 불교학을 연구해보니 생명체는 물론 무생물 역시 그 인연법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현대 한국불교사 연구의 초석이 된 이 책의 발간 역시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인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필자가 불교학을 전공하던 대학원 석· 박사 과정에서 조선시대를 배울 때 우정상 선생의 유고집인 〈조선전기불교사상연구〉를 교재로 썼다. 강의를 담당한 김영태 선생은 우정상 선생에 대한 인연관계를 이야기 하면서 50세
우리는 죽음과 관련해 최소한 네 가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 첫째 누구나 죽는다, 둘째 언제나 죽을 수 있다, 셋째 어디서나 죽을 수 있다, 넷째 마지막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하지만 죽음 자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해도, 사람이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은 똑같지 않다. 특히 죽음에 임했을 때 어떠한 태도를 가지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죽음은 값진 죽음이 될 수도 있고, 무의미한 죽음이 될 수도 있다.불교, 그 중에서도 티베트불교는 죽는 순간 우리의 마음 상태
萬海가 제시한 한국불교의 길〈조선불교유신론〉한용운 지음ㆍ정은주 해설 / 풀빛 / 14,000원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은 시인이자 승려인 독립운동가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 스님의 불교개혁론을 담은 책이다. 만해 스님은 서른둘의 나이(1910년)에 당시 불교의 타락상과 나태함을 하나하나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당시 불교계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억불숭유(抑佛崇儒)로 인한 무기력과 무질서, 각종 인습과 폐단에 얼룩져 있었다. 〈조선불교유신론〉은 ‘정치 · 사
10월 25 ~ 28일, 출품작 42편ㆍ해외초청작 10편 등 70편 상영대한극장ㆍCGV피카디리1958ㆍ서울극장ㆍ서울역사박물관서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서울노인영화제에서는 노인영화제 공모전 출품작 42편, 해외초청작 10편, 도슨트초이스 6편, 국내장편초청작 4편 등 총 70편의 영화를 대한극장 · CGV피카디리1958 · 서울극장 ·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성황리에 상영했다. 영화 상영 이외에도 10주년을 기념해 ‘종로의 영화공원’을 193
신작 ‘올드 마린보이’로 돌아온 진모영 감독 감독 ‘진모영’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언급하면 ‘아하~’하며 무릎을 칠 것이다. 89세의 소녀감성 할머니와 98세의 로맨티스트 할아버지의 76년간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이 영화는 480만 관객몰이를 하며 독립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그가 3년 만에 신작 독립영화 ‘올드 마린보이’로 돌아왔다. 10월 24일 용산CGV 언론시사회장과 3일 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작업실 ‘창작집단 917’에서 진모영(47
과학기술과 만난 성보문화재홀로그램으로 현현한 불신(佛身)‘마음이 곧 부처’ 展국립광주박물관, 10월 22일까지 통일신라 말기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중심에 있었던 호남지역의 성보문화재를 ‘4면 홀로그램’과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기술을 이용해 선보인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국립광주박물관(관장 송의정)은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 특별전을 10월 22일까지 개최한다. 곡성 태안사의 보물 제956호 ‘청동대바라’를 비롯해 장흥 보림사, 남원 실상사, 순천 송광사 등에서 소장하고
김시습의 禪으로 본 ‘법화경’〈연경별찬〉설잠 김시습 저 · 원순 역해 / 법공양 / 20,000원 설잠(雪岑, 1435~1493) 스님은 속명 김시습(金時習)이나 매월당(梅月堂)이란 호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혔던 그는 출가 후 법화·화엄·선에 관한 다수의 불교저술을 남겼다. 그중 〈묘법연화경〉에 대한 찬문으로, 그의 천태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는 저서로 각광받던 〈연경별찬(蓮經別讚)〉이 번역 · 출간됐다.〈연경별찬〉은 〈묘법연화경〉 각 품의 핵심을
단풍은 화려한 겉모양과 달리 ‘생(生)한 것은 반드시 멸(滅)한다.’는 무상의 진리를 담고 있다. 초록으로 태어나, 빨갛고 노랗게 몸을 태우며 떨어진 후에는 또 다른 생명의 양분이 된다. 태어남은 죽음을 약속하고, 죽음은 태어남을 응원하니 ‘생사일여(生死一如)’의 이치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한 제45회 대한민국관광사진공모전에서 김재현 씨가 출품한 ‘굽이굽이 단풍길’이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했다. 단양군 가곡면에 위치한 보발재는 천태종 신도들이 구인사 참배를 할 때면 반드시 넘어야했던 옛길이다.
우리는 하루 중 죽음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어 있을까? 우리는 방송매체를 통해, 주변과 지인들의 죽음을 접하면서, 누구나 죽는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큰 두려움으로 마음 한편에 그 사실을 담아두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30% 정도는 교통사고 · 추락사 · 심장마비 등 갑작스럽게 다가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자다가 그대로 임종하는 게 좋다는 개념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3~6개월 정도 삶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지는 암이 오히려 축복 받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개념의
9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간다라 미술은 BC 2세기~AD 5세기 고대 인도 북서부 간다라 지방(現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발달한 그리스 · 로마 풍의 불교 미술양식으로, 인도 · 중앙아시아 · 중국의 불상 중심 불교미술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미술이다. 이 같은 간다라 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천태종이 후원하고 주한파키스탄대사관 · 페샤와르박물관 · 라호르박물관 · 예술의전당 등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알렉산더 대왕이 만난 붓다 – 간다라 미술전’이 바
무원ㆍ진관 스님 공저/운주사/16,000원의천의 수행과 고려 문종 대 불교사 탐구고려 문종부터 숙종까지 5대에 이르는 왕의 기록을 중심으로 당대 역사를 살펴보면서,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해동 천태종을 창종한 대각국사 의천 스님(1055~1101)의 활동을 고찰한 책이다.고려시대에 활약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은 원효 스님(617~686)의 사상을 이어받아 불교 융합을 이끌었으며, 고려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정초(定礎) 하고 제시했다. 또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후 1,900여 년에 이르는 장구한 한국불교 역사에
최순열시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동국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 동국대 연구처장·부총장을 역임했다. ‘언어관과 문학교육’ 등 문학교육론과 ‘한국문학의 정통성과 불교’ 등 불교문학 관련 글을 썼다. 시집 〈슬픈 어릿광대〉, 〈토란잎〉 등을 출간했다. 근대 이후의 한국 불교문인의 면면을 언급하기 이전에, 여전히 불교문학과 불교문인이라는 표제어가 그 개념의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주변부적인 입지에 머물고 있음에 대한 반성을 전제한다. 사실 근·현대의 몇몇 문인을 두고 섣불리 불교문인이라 명명하는 것이
“국민 화합 통한 국운 융창 발원, 미륵대불 평화의 상징 되길” “대광사 미륵보전에 모셔진 미륵대불이 국민 화합을 이끌어내 국운을 융창시키고, 그로 인한 남북 평화통일을 이루는 한편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의 상징이 되는 거룩한 부처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분당 대광사 미륵보전 건립과 미륵대불 조성 불사를 주도해 온 주지 월도 스님은 미륵보전 낙성법요식(4월 10일)을 앞두고 이같이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대광사 미륵보전이 불곡산 아래에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14년. 불사는 종단의
윤창화도서출판 민족사 대표. 1972년 해인사 강원 졸업(13회).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졸업(1999). 논문으로는 ‘해방 후 역경의 성격과 의의’, ‘한암의 자전적 구도기 일생패궐’, ‘성철스님의 오매일여론 비판’ 등이 있다. 저서로는 , 이 있다. 근대 초 1906년 원흥사(지금의 창신초등학교 위치)에 동국대 전신인 명진학교(明進學校)가 설립되었다. 명진학교는 조선불교 사찰에서 승려교육을 위하여 세운 최초의 근대적 불교전문교육기관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조선불교계는 승려들에
세계 불교학의 흐름불교연구의 역사도 200년을 넘고 있다. 서양에서부터 시작된 불교학 연구는 이제 초창기의 문헌연구에서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또 유럽 중심적이었던 불교학 연구도 미국, 일본, 중국 등으로 새로운 학맥(學脈)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제 불교학은 임종간호, 환경운동 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즉 초기의 불교교리∙교단사 연구단계를 넘어서서 삶의 현장 속에 있는 불교, 물질문화 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최근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불교와 과학을 연결하려는 시도이
자연의 근원인 해와 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사한 상징성을 지녔다. 밝음과 풍요로움으로 모든 존재들을 길러내고 보듬어 주기에, 해와 달은 그 자체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신성한 존재를 상징하기도 한다.불교에서도 이른 시기부터 해와 달이 지닌 미덕과 위대함을 불보살에 투영시켜 왔고, 이러한 관념들이 교리적으로 체계화되기도 하였다. 해와 달은 하늘에 떠있는 음양(陰陽)의 대표주자로, 신비로운 종교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대립과 조화의 양 존재이다. 따라서 각각의 특성이 다채로운 상징과 비유로 수용되면서 불교신앙은 물론 불교문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