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맞이한 순간을 ‘우연’이라고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우연은 특별한 순간이 되어 우리 인생에 큰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한 소년의 꿈도 우연에서 시작했다. 소년은 우연히 방문한 식당에서 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심장이 거세게 뛰는 걸 느꼈다. 연주하는 모습이 멋져서인지 연주 그 자체에 감동을 받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순간 ‘작곡가’의 길을 걷겠노라 결심했다. 국악작곡가 함현상(45)이 경험한 우연 이야기다.함현상은 국악작곡가이자 영화음악 제작자다. 분당 대광사를 비롯한 5개 사찰 합창단 지
아버지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내일 아침에 나와 함께 이웃 마을에 다녀오지 않으련? 그곳에서 가져올 게 있단다.”다음 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혼자 집을 나섰습니다. 아버지가 함께 가자고 했던 말은 무시한 거지요. 이웃 마을로 가는 길을 안다는 생각에 그냥 열심히 걸어갔습니다. 간신히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온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싶었습니다.‘아버지는 왜 이 마을에 오자고 하신 거야?’아침 일찍 집을 나선 탓에 밥도 먹지 못했을뿐더러 도시락이나 물조차도 챙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마을에 들어가서는 어디에서 밥을 먹어야
전미경 2023년 作자연, 공존 04 _ 28x20cm _ 종이에 자연물 전미경 작가는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공작새’와 ‘세레나데2’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저서로 〈풀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풀꽃 그림〉·〈풀꽃으로 그린 풍경〉 이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육지에서 사흘을 지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강아지가 마당 저만치에서 나를 향해 짖고 또 으르릉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함께 산책하고 동숙(同宿)하는 강아지인데 나를 낯선 사람으로 여기다니. 가까이 갔더니 거리를 둔 채 이리로 저리로 피해 다니기까지 했다. 더 다가가서 내 체취를 맡게 했다. 그랬더니 조금은 경계를 늦추고 이내 내 곁으로 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알아봤더니 강아지의 시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마당에서 활동하는 강아지는
2023년 6월 1~7일 열린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여러 섹션 중 ‘지구를 지켜라! 액셔니스트의 삶’ 섹션에 나온 다큐멘터리다. 전 세계의 산·바다·계곡 등지에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는 액티비스트(Activist, 사회적·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캠페인이나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전체 상영시간은 110분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에 해당한다. 상영 시간이 길다 보니 상업영화와 달리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감독은 20여 년간 장편 다큐멘터리와 TV 다큐멘터리 70여 편을 제작한 베테랑 니콜
우리의 삶은 혼자 있는 시간과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행복의 조건은 혼자서도 잘 지내고 다른 사람과 함께도 잘 지내는 것이다.인생의 두 가지 지향성 : 자유와 사랑우리 인생은 복잡한 듯하지만 두 가지 지향성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과 친밀
서봉수 불자(65)가 부산 삼광사(주지 영제 스님) 신도가 된 시기는 2021년 봄 무렵이다. 부처님께 귀의한 지 2년밖에 안됐지만, 부산금강불교대학 중급반 회장을 비롯해 삼광사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며 그 누구보다 독실한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 천태불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서봉수 불자를 만나 신행이야기를 들어봤다.자연스레 스며든 불교서봉수 불자는 1958년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삼형제 중 첫째로 태어났다. 그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독실하지는 않았지만 보통 농촌 가정의 불자처럼 부처님오신날 같은 큰 행사가
제가 태어난 곳은 유배문화 흔적이 남아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입니다. 1952년 이곳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냈고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도 섬에서 살았습니다. 임자도에는 초등학교가 세 곳 있었고, 중·고교는 목포로 나와 하숙이나 자취를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그나마 목포의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초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40% 정도였습니다.진학하지 못한 졸업생은 가업인 농사일이나 어업을 익히거나 어릴 때부터 도시로 나가 공장에 취업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섬에서 태어나면 섬사람들의 애환을 알기에 도시에 부귀영화가 있다고 믿고
국립부여博 ‘백제 문양전’ 특별전 내년 3월까지, 인천공항박 물관서 백제 산수 문전 등 8건 8점 전시세계를 향한 첫 관문 인천국제공항에서 1,400여년 전 백제인의 꿈과 이상이 담긴 ‘명품 무늬 벽돌’이 전시되고 있다.국립부여박물관(관장 윤형원)은 인천국제공항 인천공항박물관(인천국제공항 탑승동 3층 면세구역 122번 게이트)에서 ‘백제 명품, 백제 문양전’ 특별전을 2024년 3월 29일까지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최근 국외 전시 출품 순위에서 압도적 1위(22회, 1960~2019년)를 차지한 백제 문양전(文樣塼, 무늬 벽돌)을
전남 곡성군은 영화 ‘곡성’의 유명세를 타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섬진강과 농촌 풍경이 어우러진 편안하고 넉넉한 고장이다. 국립곡성치유의숲은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2년 간 조성한 인공 숲이다. 면적은 69헥타르(약 21만평). 주요 수종(樹種)은 소나무이며, 참나무류와 노간주나무 그리고 검양옻나무 등 남부 수종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소나무는 대부분 수령이 짧지만, 둘레가 제법 굵어 늠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곡성치유의숲은 물소리길·솔바람길·맨발숲길·야자매트길 등 4개의 길로 꾸며져 있다. 각 길은 만남
1962년, 서울 드라마센터 개관 공연 ‘햄리트(햄릿)’의 막이 올랐다. 우연히 연극을 관람한 한 청년은 원형 무대 위에 선 배우의 나지막한 독백에 감동을 받아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된다. 이후 연극 무대에 올라 다양한 연기를 펼치던 무명의 청년은 데뷔 18년 만에 영화 ‘만다라’로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배우 전무송(81, 법명 다정)이다.연극·영화·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전무송의 연기 경력은 어느덧 60년이 훌쩍 넘었다. 숱한 무대에 올라 대중에게 자신의 저력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제대
조신 스님의 꿈속 세상은 참으로 괴로웠지요? 오늘은 괴로운 꿈 이야기와는 좀 다른 꿈 이야기를 한번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구운몽(九雲夢)〉 이야기입니다. 글자 그대로 ‘아홉 구름의 꿈’이라는 뜻이지요. 아홉 구름이란 이 소설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성진 스님과 팔선녀를 가리킵니다. 즉, 그 아홉 사람의 꿈이란 말이지요. 본디 스님과 선녀인데 계(戒)를 범하여 하계로 쫓겨나지요. 이 속세에서 좋은 인연을 엮어 가면서 잘 살다 깨어보니 한바탕의 꿈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조신 스님의 꿈이 괴롭디괴로운 꿈이었다면,
12세기 후반 고려는 무신집권과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라는 국내외의 커다란 시련에 직면하였다. 무신란(武臣亂)에서 무신집권으로 전환은 왕실을 뒷받침하는 정치세력의 교체이고 무신에 의하여 왕권은 이전보다 제한되었다. 다음 세기 초기 몽골족의 등장과 금에 복속되었던 거란족의 침입이 이어졌다.불교계는 종파별 변화에서 교종인 화엄종과 유가종은 문신과 결합되었다. 개경 부근 승도(僧徒)의 난은 무신의 집권에 대한 저항이었고 문신과 함께 수난을 당하였고 새롭게 종파를 구성한 천태종은 가장 미약한 종파였지만 조계종과 상통하는 선종에 속할 뿐 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의 삶과 그의 사진작품을 대하면서 나는 선사(禪師)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이는 그가 삶의 어느 지점에선가 불자가 된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그의 삶과 작품은 불교적이었고 선이었기 때문이다.불교는 눈에 보이는 외형적 삶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삶을 다 아우른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본래 마음자리를 그려내고 대중에게 알려주기 위해 선사들은 흔히 상징과 함축으로 가득한 선시와 선문답을 사용했다. 나 역시 젊은 시절
라자가하(Rajagaha)의 부유한 상인에게는 16살 된 ‘밧다(Bhadda)’라는 이름의 외동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매우 똑똑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밧다의 부모는 딸의 열정적인 성격이 딸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을 염려하여 7층 건물의 최상층에 머물게 하였습니다. 딸이 외부의 남자와 만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밧다의 부모는 그녀를 돌볼 단 한 명의 시녀하고만 지내게 하였습니다.밧다와 강도 삿투카의 혼인어느 날 밧다는 아래 거리에서 시끄러운 소동을 듣고 창밖을 내다봤는데 한 범죄자가 처형장으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범죄자는 강도짓을 하
돌아간다는 말은 왠지 모르게 아늑함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만 나아가던 발길을 되돌리는 그 끝에는 집이 있지요. 하루 일과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는 피붙이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온갖 물건들이 있고, 내가 써서 내 체취가 밴 것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나’로 돌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바깥에서의 가식적이고 사무적인 가면을 집에서는 벗습니다. 쉬고 싶을 때 우리는 모두 집을 찾습니다.평생 타지에서 지낸 이들도 죽을 때 고향을 찾습니다. 여우조차도 죽을 때 자기가 살던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합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변곡점에서 나를 낳아준 부모에 대해 애틋한 생각을 하는 경험을 해본다. 부모님이 아프거나 돌아가실 때, 내게 인생의 기쁨이나 고달픔이 닥칠 때, 때로는 내가 부모에게 위로나 상처가 되는 말을 할 때, 뒤돌아서서 아버지나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훔쳐보기도 한다. 1,300년 전 신라의 고도 경주에는 부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세운 사찰인 감산사(甘山寺)가 있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 3층 불교조각실에 있는 국보 감산사(甘山寺) 미륵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은 이 사찰 터에서 옮겨온 불상이다.불상 뒤의 명문과
상월원각대조사께서 단양 구인사 창건을 통해 한국 천태종을 중창한 이후 천태불교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다. 뭍에서 꽃을 피운 천태의 법음은 바다 건너 외딴 섬에도 전해져 섬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불심을 싹 틔웠다. 현재 일부 섬은 다리가 놓여 승용차로도 오갈 수 있고,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기도를 하거나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여름바다가 있는 천태사찰을 울릉도-남해-제주도 순으로 소개한다.1. 울릉도 삼도사·성인사·해도사― 글 조용주 기자신비의 섬 ‘울릉도’서50년 간 천태법화 꽃피워대한민국이지만 쉽게 갈 수 없고, 대부분
청동은입사향(고려시대, 높이 13.5cm, 폭 10cm)청동으로 주조한 원통형 합에 범자문(梵字紋)과 기하학적 문양을 은입사로 시문(施文)했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에 유행했던 은입사 기법이 잘 표현되어 있다.만자문목침(조선시대, 높이 10cm, 폭 31cm)나무로 만든 베개는 ‘목침’으로 통칭(通稱)한다. 목침은 낮잠[午睡]를 자거나 잠시 누울 때 머리를 받치는 용도이다. 백제 무령왕비 관에서 출토된 목침이 가장 오래됐다. 이 유물은 판재(板材)로 짜서 복판에 풍혈(風穴)이 있으며, 양 측면에 만자문(卍字紋)을 넣
낙화 눈보라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초입에 큰 벚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여러 날 밤낮에 벚꽃을 활짝 피우고 있더니 오늘 낮에는 그 꽃잎들을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있었다. 작고, 얇고, 연하게 분홍의 색감이 있고, 또 어떤 것은 흰빛인 잎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첫 눈보라 같았다. 전혀 차갑지는 않고 다만 설렘만 있는 첫 눈보라 같았다. 낙화이되 이런 장관이 또 있을까 싶었다. 저 낙화의 장관이 봄날의 표정이요 봄날의 문양이 아닐까 싶었다. 떠나갈 적에 저와 같은 뒷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닷새 엿새 밤낮에 걸쳐 벚나무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