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지다. 높은 빌딩도 많고, 값비싼 외제차도 흔하게 다니는 곳이다. 그래서 강남은 ‘부자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 지역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있다.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우면종합사회복지관은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 임대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어 복지대상자가 많다. 이경희(56) 우면종합사회복지관장은 2018년부터 이 복지관의 관장을 맡아 직원들과 함께 복지대상자들의 만족도 향상에 힘쓰고 있다.피아노 교사에서 사회복지사로이경희 관장은 대구에서 사 남매 중 둘째로 태
어쩔 수 없는 일폭우와 폭설을 감당하는 일도 버겁지만 바람을 감당하는 일 또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얼마 전 또다시 실감했다. 쏟아져 내려오는 비는 물길을 돌릴 수 있고, 갑자기 내리는 많은 눈은 그때그때마다 사람의 노동과 땀으로 치울 수 있지만 바람이 야수처럼 불어오는 것은 막거나 대처할 마땅한 방도가 없다. 그래서 물이나 눈보다 바람이 더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시작된 바람은 밤이 되자 점점 몰아쳤다. 전기가 들어왔다 나가기를 거듭했다. 집안의 전기를 최대한 껐다. 집은 바람 속에 섬처럼 있었다.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집
“세 가지를 명심하거래이. 첫 번째는 공부 열심히 하는기다. 공부 많이 한 너거 숙모 봐라. 공부 많이 항께 아들도 많이 낳지 않냐? 그래야 사람들이 떠받드는 기라. 무시 받는 기 젤 나쁜 기다. 두 번째는 돈을 많이 벌어라. 살아봉께 여자도 돈이 필요하더라. 남자 돈 받는 거 그거 마음 상할 때 많다.” 그리고 어머니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세 번째를 말씀하셨다. “여자로서도 행복해라.”서울 가는 딸어머니는 서울로 가는 딸에게 재차 이 세 가지를 확인시켰다. 그것도 전화로 말이다. 이 당부는 처음 한 말이 아니다. 아마도, 아니 적
연극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대를 놀이터로, 의상바구니를 요람 삼아 자랐다. 아이는 국극 배우인 어머니의 아역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무대의 매캐한 먼지 냄새와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다채로운 연기, 관객의 박수갈채를 마음의 안식처로 여기던 아이는 그렇게 연극인이 됐다. 배우 김성녀(73)의 이야기다.마당놀이의 대모인 김성녀는 가수, 가야금병창, 연극·뮤지컬·드라마 배우, 교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등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하는 팔방미인이다. 최근 모노드라마뮤지컬 ‘벽속의 요정’에서 1인 32역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녀는 불
예로부터 ‘한밭’으로 불리는 대전(大田)은 유구한 역사를 지녔지만, 고려시대 이전의 문화유적은 별로 없다. 다만 보문산 보문사지, 보문산 마애여래좌상, 식장산 고산사 등 불교유적에서 지난 역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朱子學]의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한 사람인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선생은 말년에 이곳 대전의 소제동 일원에 터를 잡았다. 송시열 선생의 유흔(遺痕)이 남아 있는 가양동 인근에는 선생을 기리는 우암사적공원이 조성돼 있다. 사적공원 내에는 우암이 말년에 건립해 경학을 하며 후학
인간관계는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불행의 주된 근원이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또는 친구든, 가까운 사람과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도움을 주고받는 친밀한 관계는 행복의 중요한 원천이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일수록 부딪히는 일도 많다. 서로의 성격, 가치관, 행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갈등을 겪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절충하고 화해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할 뿐만 아니라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아 갈등과 불화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모두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주변 사람 고통주는 성
한 부부가 ‘사마바티(Samavati)’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딸과 함께 밤사(Vamsa)의 한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여름, 마을에 전염병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사마바티와 그녀의 부모는 많은 사람과 함께 피난처를 찾기 위해 밤사의 수도인 코삼비(Kosambi)로 향했습니다. 도시는 난민으로 가득 차 있었고, 코삼비 시민들은 그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시설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정오마다 식량을 배급했는데, 난민들은 최대한 많은 음식을 가져가려다 몸싸움을 벌이곤 하였습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간단한 질문은 수 세기 동안 인류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진 물음이다. 인간은 이 근본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학자와 영적 지도자에게 의존했고, 지금도 과학자·철학자·예술가들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애쓰고 있다.심리학에서도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심리치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심리치료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을 본능과 무의식에 지배당할 수 있는 존재로 보면서, 본능과 무의식을 현실적으로 잘 다스리는 게 무
밀교, 라마가 이끄는 비밀 수행티베트 불교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만나는 방식은 독특하다. 교리와 법문을 직접 설하기보다는, 그들만의 상징적 의식을 통해 교감하고 이끌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밀교(密敎)’와 ‘라마(Lama) 제도’라는 티베트 불교의 두 가지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밀교는 문자나 언어로 가르침을 펼치는 현교(顯敎)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비밀스러운 수행법과 의식으로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고, 교의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구전으로 직접 전수된다. 티베트 불교는 인도에서 건너온 밀교적 성격이 강한 불교와 토착신앙
〈유마경〉은 한 품 한 품이 모두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대승의 근본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난 ‘관중생품(현장 역에서는 ‘관유정품’)’에 나오는 천녀의 이야기는 그 가운데서도 대승의 근본정신을 드러내면서, 우리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었지요. 그것이 우리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핵폭탄급의 파급력을 가졌다는 것도, 그런 핵폭탄급의 이야기를 불발탄으로 만들어온 우리 불자들에게 부끄러움이 있다는 것도 모두 인정하실 만하지요? 그리고 그런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부처님의 말씀으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존재한다. 불교에서는 그중 세 종류의 나무를 성스러운 나무 즉, ‘3대 성목(三代聖木)’으로 꼽는다. 아기 부처님이 태어날 때 마야부인이 의지한 무우수(無憂樹), 수행자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을 때 그늘을 만들어준 보리수(菩提樹), 그리고 열반에 들 때 하얀 꽃을 내려준 사라수 두 그루[娑羅雙樹]다.그중 깨달음의 상징이 된 보리수는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어 나무이름까지 깨달음을 나타내는 ‘삐팔라(Pippala)’로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 불교의 성지는 물론이고 수행처에는 반드시 성수(聖樹)인 보리
현재 서울시에서 건립한 시립 노인종합복지관은 총 19곳이다. 그중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은 천태종복지재단에서 수탁해 운영 중인 강북구 유일의 시립 노인복지관이다. 이곳에는 천태종복지재단이 운영을 맡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13년 동안 복지관 발전과 직원들의 복지향상에 힘쓰고 있는 나영식(46) 부장이 근무하고 있다.어머니 권유로 사회복지학과 입학나 부장은 고향이 대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단양 구인사를 다녔다. 어머니는 신심 돈독한 천태불자였지만, 어렸던 그는 왜 절에 가야 하는지, 기도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어
잡초날씨가 궂은 날이 아니면 짬이 날 때마다 잡초를 뽑는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고 자란다. 여름에는 잡초가 매우 버겁다. 다루기가 어렵다. 그나마 늦가을부터는 그 기세가 꺾이니 이런 겨울날에 시간이 날 때마다 잡초를 뽑는다. 그냥 두어도 시들 것을 무엇 하러 굳이 뽑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잡초를 이기기에는 이 겨울의 시간만 한 때가 없다. 겨울에 그 뿌리를 뽑아 봄에 잡초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어나는 것을 조금은 막고자 하는 것이다.봄에서 가을까지 자란 잡초의 뿌리는 한껏 깊어져 뿌리의 그 근거를 떼어내기가
대한불교조계종 초대 종정(宗正)을 지낸 한암(漢巖) 대종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스님은 구한말인 1876년 강원도 화천에서 온양(溫陽) 방씨(方氏) 기순(箕淳)과 선산(善山) 길씨(吉氏)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속명은 중원(重遠)이다.22세 때인 1897년, 금강산 장안사에서 행름선사(行凜禪師)를 은사로 출가했다. 1899년, 금강산 신계사에서 보조국사(普照國師)의 〈수심결(修心訣)〉을 읽다가 크게 발심했고, 김천 청암사 수도암에서 만난 경허(鏡虛)화상의 〈금강경(金剛經)〉 법문을 듣고 첫 깨달음을 얻었다. 합천 해인사
사랑이 그대에게 손짓하거든 따라가셔요.그 길이 비록 험하고 괴로울지라도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는 안기셔요.날개 속에 숨겨진 칼이 그대를 상하게 하더라도사랑이 그대에게 말할 때는 믿어 주셔요.비록 그의 음성이 뜰 안을 황폐케 하는 폭풍처럼그대의 꿈을 휩쓸어 버릴지라도.사랑은 그대에게 면류관을 씌우듯이그대를 십자가에 못박을 터이니까요사랑은 곡식단을 묶듯이 당신을 그 안으로 모읍니다.사랑은 그대가 알몸이 되게 도리깨질을 합니다사랑은 그대의 껍질을 벗기고 자유롭도록 채찍질을 합니다사랑은 반드시 이 모든 일을그대의 마음이 신비를 깨닫도
2021년 12월 초, 영화 ‘칼융이 보내온 편지(A Letter from Carl Jung)’가 ‘뉴욕국제필름어워즈(New York City International Film Festival)’·‘베스트 이스탄불 영화제(Best Istanbul Film Festival)’·‘포트 블레어 국제영화제(Port Blai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칼융이 보내온 편지’는 윤용진 감독(60·법명 헐화·歇和)이 영화 ‘할(喝)’·‘선종 무문관’에 이어 세
경북 안동(安東)은 안동 권씨와 김씨, 풍산 류씨 등 권문세족이 뿌리내리고 살아온 대표적인 ‘양반고을’ 중 한 곳이다. 유교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에 이어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이 중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안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유교문화가 깊게 스며있는 고장이지만, 그렇다고 불교 유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불교가 국교였던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법흥사지 칠층전탑(국보)·조탑리 오층전탑(보물)·운흥동 오층전탑(보물)·평화동 삼층석탑(보물)을 비롯해 영국 엘리자
요즘 한국 사회는 갈등과 분노가 심각한 수준이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진영 갈등뿐만 아니라 남녀 갈등, 세대 갈등, 노사 갈등, 빈부 갈등 그리고 가정에서는 부부 갈등과 부모-자녀 갈등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렇게 마음속에 분노의 폭탄을 지닌 사람을 잘못 건드리면 쉽게 폭발하곤 한다. 매번 뉴스에서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채 폭력을 휘두른 사건을 보도하는데, 이때 ‘분노조절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은 우리 사회를 ‘분노사회’ 또는 ‘울분사회’라고 진단한다. 실제 심리상담소에도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들
라자가하(Rājagaha)의 상인들은 창녀 암바팔리(Ambapālī) 덕분에 베살리(Vesālī)시가 더욱 빛나고 화려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라자가하에도 아름다운 유녀가 있어야 한다고 빔비사라(Bimbisāra)왕에게 건의했습니다. 빔비사라왕이 허락하자, 상인들은 아주 예쁜 여인 살라바티(Sālavati)를 공식적인 유녀로 위촉했습니다. 살라바티와 하룻밤 동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 돈을 내야만 했습니다.몇 해가 지나 유녀 살라바티가 아들을 낳았지만 그 아기는 길에 버려졌고, ‘지바카(Jīvaka)’라는 이름을 받았
집을 사랑한 거북사람들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내 집 뿐이리.”하는 노래를 부르며 집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장소인 집을 등에 늘 짊어지고 다니는 나는 거북입니다. 등딱지의 무게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겁지만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사지와 머리를 등딱지 속으로 쏙 집어넣으면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얼마나 편하고 좋은가요? 여차하면 쏙~ 숨어버릴 수 있고, 무척 단단하여 웬만큼 억센 이빨을 가진 동물이 아니면 으스러뜨리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