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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을 즐길 나이는 지났지만, 여전히 금요일에는 술 약속이 잦은 편이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불 속에서 뒤척인다. 가족들까지 용인해 주는 이 오랜 습관은 간혹 아파트 관리실에서 내보내는, 소음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안내방송에 방해를 받곤 한다.“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오후 2시 당 아파트 관리실 앞에서 선착순 50세대 한정, 세대 당 두 자루까지 무료 칼갈이를 실시합니다. 입주민 여러분께서는 늦지 말고 오셔서 무료 칼갈이 서비스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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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수 기자
2017.05.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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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 시작한 봄소식이 온 국토를 덮었습니다. 봄꽃의 향연은 여실히 희망의 새봄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꽃길만이 아니어서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또 경제대로, 우리에게 희망을 줘야 할 대상들이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멀리 가 있습니다. 희망을 포기한 이들이 절망을 이야기하는 현상들이 사회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그러나 우리는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되면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입니다. 사군자의 하나로 군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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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혜 스님 /천태종 교무부장
2017.05.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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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는 길 끝에는 흰 구름만 흘러가고…고리등무주 故里燈無主타방보수최 他方寶樹摧신령거하처 神靈去何處옥모이성회 玉貌已成灰억상애정절 憶想哀情切비군원불수 悲君願不隨숙지향국로 孰知鄕國路공현백운비 空見白雲飛고향집 등불은 주인을 잃고객지에서 보배나무 꺾이었네.영혼은 어디로 떠났는가.옥 같은 모습 이미 재가 되었으니생각은 멀수록 애처로운 정은 더하고그대 소원 못다 이룬 그것이 슬프네.누가 고향으로 가는 길 알 것인가.부질없이 흰 구름만 흘러가네.필자는 오래전부터 시를 ‘말씀(言)의 도량(寺)’이라 설명해 왔다.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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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7.05.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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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불교계 잡지기자라고 명함을 건네주면, 이따금씩 종교보다 ‘나 자신’을 믿는다며 미리 선을 긋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마음속으로 ‘자기를 믿고 수행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입니다.’라고 생각만 할뿐 잠자코 있는다. 쓸데없는 논쟁을 하고 싶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 불교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생뚱맞다고 느껴지니까. 무엇보다도 내 스스로 그들과 불교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다.어느 날, 한 불교단체에서 주최한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은 사람을 인터뷰하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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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욱희 기자
2017.05.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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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래끽식곤래면 飢來喫食困來眠일종평회만경한 一種平懷萬境閑막파시비래판아 莫把是非來辦我부생인사불상간 浮生人事不相干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마음 넉넉해 만사가 한가하네.시비를 더 이상 가져오지 말라인간사 더 이상 관심이 없으니.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즐기는 등산인구가 16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 국민의 3할 가량이니 대단한 수치다. 주말이면 크고 작은 산마다 산객이 줄을 잇고, 고속도로에서는 산악회 명패를 달고 달리는 관광버스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산 이름을 치면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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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7.03.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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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의 발달은 ‘탈 것’의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직립보행이 인간에게 사냥과 농사에 획기적인 기반을 제공했다면, ‘탈 것’의 개발과 활용은 공간이동을 통한 무한한 산업발달의 동력을 제공했다. 그래서 산업혁명의 핵심 조건으로 증기기관차의 발명이 꼽히는 것이다.소위 천리마가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면 그 거리는 400km다. 오늘날의 KTX는 천 리를 달리는데 3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길었던 우마차의 시대를 거쳐 지난 몇 세기 사이에 철도와 대형선박의 시대가 열렸고, 지금 우리는 초음속의 항공과 우주선 시대에 살고 있다.산업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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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 스님/ 대전 광수사 주지
2017.03.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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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만 지그이(지금이) 정말 소중한 행복이란다. 사랑한다. 아들 건강하게 웃으며 살거라.”, “행복한 내 어들(아들) 엄만 행운야. 다정한 서방 되그라(되거라).”, “내 아들 항상 행복하거라. 엄마 아들여서 고맙고 만이(많이) 사랑한다.”오늘도 엄마는 서른이 넘은 아들에게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틀린 채 문자를 남긴다. 나는 늘 그렇듯이 문자를 확인한 후 핸드폰을 닫는다.몇 년 전 엄마는 나에게 “아들, 엄마도 문자 보내는 것 좀 알려줘.”라고 살갑게 부탁을 했다.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 버튼을 누르면 문자로 가고, 이렇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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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기자
2017.03.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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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순 월간 〈금강〉 2월호에 게재할 ‘신심 나는 국토순례’ 취재 차 전남 영광 법성포에 다녀왔다. 지금껏 ‘옛 천태 성지를 찾아서’, ‘산성 순례’ 등 혼자 산간오지를 다니며 힘들게 취재를 했던 터라 매스컴에서 흉흉한 뉴스가 나올 때 약간의 두려움도 생겼지만, 1박 2일 일정을 잡아 혼자 다녀올 요량이었다. 그런데 출장 전날 취재 일정을 정리하다가 문득 “장인어른과 함께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드렸다. 지난해 애지중지하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손녀 등 다섯의 피붙이를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보내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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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식 기자
2017.02.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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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주우끽화 懷州牛喫禾익주마복창 益州馬腹漲천하멱의인 天下覓醫人구저좌박상 灸猪左膊上회주의 소가 볏짚을 먹으니익주의 말이 배가 터졌다.천하에 제일가는 의사를 찾아서돼지 왼쪽 어깨에 뜸을 떠 주어라.비논리가 논리를 초월하는 경우가 있다. 논리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아주 정교한 논리보다 다소 엉뚱한 비논리가 충격적이고, 그 충격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도 한다. 파격이 정격을 초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비논리나 파격이 남발되면 세상이 혼란에 빠진다. 지나친 비논리나 뜬금없는 파격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보다 혼돈과 허무맹랑한 사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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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7.02.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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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평탄하게 사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잘 살기 위해 아등바등했음에도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노숙자 중 일부도 그런 사람이다. 겨울은 이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계절이다. 잠잘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약 사먹을 돈도 없으니 이들에게 겨울은 ‘한빙지옥(寒冰地獄)’이다.일용직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요즘, 하루 한 끼를 걱정하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택하는 방법은 구걸이다. 나는 예전부터 구걸을 하는 이들에게 동전 한 닢조차 건넨 적이 없다. 육신 멀쩡한 사람이 구걸하는 걸 못마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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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수 기자
2017.02.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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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무엇을 목적으로 삼을까?“깨달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 맞는 말이야. 깨달음을 빼놓고 불교는 존재할 수 없단다.대부분 사람들은 언제나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휘둘리며 서툰 짓, 허튼 짓을 마구 저지른다. 나도, 너희도 예외는 아니지.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지. 조금 더 착하게, 반듯하게, 현명하게, 행동하고 생각하기를 강력히 열망하게 되지. 조금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된다는 말이다.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잘 살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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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칼럼니스트
2016.12.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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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교사덕불수 服食驕奢德不修농공잠모견유수 農公蠶母見幽囚종자거세수한아 從茲擧世受寒餓위보시인신야불 爲報時人信也不전잠불열이다년 田蠶不熱已多年기근상잉질역연 饑饉相仍疾疫連화본무문인소소 禍本無門人所召부지자작원제천 不知自作怨諸天먹고 입는데 사치하고 덕은 닦지 않으니농사짓는 남정네와 누에치는 아낙은 감옥살이라.이제 세상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릴 텐데사람들에게 알려줘도 믿을지 말지.밭농사와 누에치기 흉년 든 지 이미 오래기근과 질병은 연이어 생겨나네.재앙이란 본래 문이 없어 사람이 부르는 것스스로 지은 것인 줄 모르고 하늘을 원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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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6.12.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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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에 스미는 공기가 제법 싸늘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계절이 겨울의 문턱에 이르렀음을 실감나게 합니다. 이렇듯 날씨가 쌀쌀해지면 좋은 사람과의 차 한 잔이 그리워집니다.꽤 오랜 세월 차 생활을 하면서 차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여유롭게 하는지, 또한 차가 사람과의 관계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절실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와 관련해서 불가(佛家)에서 회자되는 말 가운데 ‘선다일미(禪茶一味)’라는 말이 있습니다.‘차와 수행은 한맛이다’라는 뜻으로 수행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그래서 지혜를 증득하는 과정을 차 한 잔에 담긴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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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경혜 천태종 교무부장
2016.12.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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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척사륜직하수 千尺絲綸直下垂일파재동만파수 一波纔動萬波隨야정수한어불식 夜靜水寒魚不食만선공재월명귀 滿舩空載月明歸천 척 낚싯줄 곧게 드리우니한 물결 일 때마다 모든 물결 따라 이네.고요한 밤 강물 차가워 고기 물지 않으니빈 배 가득 밝은 달빛만 싣고 돌아오네.이 시를 지은 스님은 화정선자(華亭舡子, ?~?)입니다. 당나라 때의 약산유엄(藥山惟儼)이라는 유명한 선사의 제자입니다. 원래 법명은 덕성(德誠)인데 스승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뒤에 세상으로 나와 지금의 절강성 소주(蘇州) 화정현(華亭縣)에서 작은 배 한 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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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6.12.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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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들.한 달 만이야. 혹시 내가 그리웠던 친구가 있을까? 아니면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을까?뭐, 뜨거운 환영을 받지 못해도 난 괜찮아. 세상이란 게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나는 진즉에 터득했거든.부처님이 아주 잘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세상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거지. “뭐야, 그 까짓 것 갖고?”라고 코웃음 치는 친구가 있는 것 같은데, 살아 보라구. 사람이란 존재가 얼마나 세상의 평가에 민감해 있는지를 알고 나면 부처님이 퍽 대~~단하신 분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될 거야.오늘은 마음이란 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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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칼럼니스트
2016.12.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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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은 사람이란멘사(Mensa)라는 단체, 알고 있니?공인된 IQ 테스트에서 148 이상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지. 전 세계에서 현재 10만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고 해. 전 세계 인구 대비 2% 안에 드는 천재들의 모임이란다.아주 오래 전 학교에서 받았던 IQ 테스트의 결과가 생각난다. 멘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턱도 없는 수치. 천재로 태어났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본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나를 모셔갔을 테고, TED강연회에 연사로 와달라는 초청장 정도는 우습게 봤을 테지. 상상만 해도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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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칼럼니스트
2016.10.2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