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 쌓은 2,200여 불탑대평원에 펼쳐진 부처님나라 미얀마의 정식명칭은 ‘미얀마연방공화국’이다. 인구의 89%가 불교를 신앙하는 불교국가로, 명성에 걸맞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찰과 불탑이 있다. 특히 중부 만달레이 지역에 있는 고대 도시 바간(Bagan)은 11~13세기에 건립된 2,200여 기의 불탑이 장엄하는 ‘불탑의 도시’다. 이 도시는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중 한 곳인 바간을 연재의 마지막 순서로 소개한다.먼동이 틀 때면 어둠을 뚫고 서서히 드러나는 대지의 기운
〈석씨원류〉는 1486년 조선 성종의 명으로 판각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 됐다가 이후 사명대사가 일본에서 구해온 〈석씨원류〉 1질을 바탕으로 1648년 혹은 1710년 해운 법사와 최서용이 복각했다. 선운사에 보관돼 오던 ‘석씨원류목판(釋氏原流木版,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4호)’은 1980년대 초 관음전에서 일부인 43점이 도난당했다.각 판은 앞·뒷면 모두 판각돼 있다. 하단에는 〈석씨원류〉 본문이, 상단 에는 본문 내용에 해당하는 그림이 조각돼 있다. 목판은 가로 39cm, 세로 29.5cm 크기로 제작됐으며, 총 103매 40
강행복 2003년 作대숲_36x24.5cm 목판
100년 전 영국 식민지 시절 개발고품질 차 연간 5,000톤 생산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와 국경을 마주하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적도 부근에 자리하고 있어 연평균 기온이 32~34도를 웃돌지만, 중북부 정글 속 해발 1,500m의 고원지대는 연평균 기온이 15~20도에 불과할 정도로 선선하다.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은 이 비옥한 땅에 차나무를 심었는데, 바로 카메론 하일랜드(Cameron Highlands)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홍차의 산지, 카메론 하일랜드 차밭을 소개한다.
우리 집 부엌 안에는 창고를 겸한 골방이 있었다. 신혼의 아버지가 쓰던 방이고, 큰 누님이 태어난 곳이다. 그곳에는 씨앗 자루들, 포개진 곡식 가마니, 쪽파 씨, 마늘씨, 그리고 참깨·들깨 등의 양념재료가 쌓여 있었다. 드나드는 출입문과 뒤란 쪽의 손수건만한 창문은 쥐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양철로 붙여놓았으므로 한낮에 들어가도 어두컴컴했다. 골방어느 날 오후에 어머니 몰래 쪽파 씨를 훔쳐 화롯불에 구워 먹으려고 들어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곡식 가마니 옆에 누워 있는 누군가의 두 눈이 뒤란 쪽 창문 틈으로 날아든 불
삿차카 자아관의 허구논쟁으로 증명 조복시켜8가지 승리와 축복의 게송(Jayamaṅgala Gāthā) 중 6번째는 외도 삿차카(Saccaka)를 부처님께서 조복시키는 내용이다. 베살리 왕국에 500개의 주제를 능숙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자이나교 논사(論師)가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논쟁 능력을 지닌 여성 자이나교 논사도 있었다. 한때 두 사람이 논쟁을 벌였지만, 승부가 나지 않자 사람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주선했다. 두 사람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매우 총명한 아이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세상을 요란스레 적시던 장맛비가 잠시 주춤하던 7월 말, 유튜버 ‘별빛사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성산동에 위치한 녹음실로 향했다. 건물 계단을 내려가자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찬불가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문을 여니 전자피아노·마이크 등 녹음장비가 빼곡하게 놓인 1평 남짓한 공간에서 멤버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별빛사리’ 세 청년이 꿈을 키워가는 작은 공간이다.불심으로 뭉친 세 청년‘별빛사리’는 대중의 마음에 불심을 저격하겠다며 뭉친 청년불자 송우주(35, 본명 박정환)·송승현(32)·서정민(32) 씨로 구성돼 있다. 별빛사리는
인도는 붓다의 고향이다. 그래서 인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성지가 있다. 바로 198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치 불교기념물군(Buddhist Monuments at Sanchi)’이다. 공식 명칭은 ‘불교기념물’이지만 의미상 ‘불교유적군’으로 표기한다. 인도 보팔(Bhopal)에서 4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치(Sanchi)는 넓은 평야를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12세기까지 인도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던 산치에는 사원·왕궁·수도원·돌기둥 등 불교유적군이 있는데, B.C. 3세기부터 A.D. 1세기까
국민의 감정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날카롭다. 코비드19의 여파도 없지 않겠지만, 진보와 보수란 두 진영의 대립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을 필두로 한 기득권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기름을 부었다. 날카로워진 감정들이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는 이때, 잔잔하고 따스한 명상음악으로 우리의 마음을 가라앉혀 보는 건 어떨까? 코비드19 사태로 우리의 일상은 크게 변하고 있다. 바깥 활동이 줄었고, 경제 활동도 붕괴되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은 우리의 감정을 매섭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천 년 세월 넘어대장경판 246장으로고려와 소통하다대한불교 천태종은 고려대장경연구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초조대장경 인경본을 다량 소유하고 있는 일본 남선사(南禪寺)와 교류했고, 2016년 4월 완질로 남아있는 〈첨품묘법연화경〉의 데이터베이스 사용을 승인받고 판각 불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4년여 만에 246장의 목판을 완성해 지난 8월 29일 각성불사 회향 특별전을 개막, 내년 2월 21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전시회와 함께 〈첨품묘법연화경〉 복원의 의미를 살펴보고, 판각을 한 안준영 각수를 만나봤다.
고려대장경 초조본 〈첨품묘법연화경〉 246장 한눈에구인사 불교천태중앙박물관서 2021년 2월 21일까지고려대장경 초조본에 포함돼 있던 〈첨품묘법연화경〉 경판 246장(외장 13장 포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천태종 총본산 단양 구인사 불교천태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8월 29일 개막한 ‘고려대장경 초조본 〈첨품묘법연화경〉 각성불사 회향 특별전–목판에 새겨 마음에 담는 최상승 법문’은 2021년 2월 21일까지 계속된다.고려는 나라를 침입한 거란을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물리치고자 간절히
세 차례의 대장경 판각한국불교와 문화사에 있어서 대장경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굳이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전 세대에 걸쳐 민족문화 자긍심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해인사에 소장되어 있는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의 판목들은 인류가 보존해야할 중요한 문화재로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려는 11세기에 송나라의 대장경을 수입해 불교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현종의 재위기간 중인 1011년에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판각에 들어가 1029년 일차적으로 초조대장경을 완성했다. 이후 문종 때
천태종이 고려의 호국불교 정신을 이어 2016년 시작한 고려대장경 초조본 〈첨품묘법연화경〉 각성불사를 회향했다. 판각을 맡은 이는 안준영 각수(함양 대장경문화학교 교장)다. 8월 28일 경판 전시를 위해 단양 구인사 불교천태중앙박물관에 온 그를 만났다.고려인들이 판각한 고려대장경판을 천 년 만에 제 손으로 판각하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천태종 스님들과 불자님들의 원력 덕분에 무사히 판각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판각을 했던 보조각수 4명에게도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전하는 그의 말
불연(不然) 이기영(李箕永, 1922~1996) 박사는 황해도 봉산군 만천면이 고향이다. 대지주의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1941년 경성제대(현 서울대) 법문학부 사학과에 입학했고, 1943년 일제의 학병징용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1945년 포로가 되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감금되었다가 해방과 동시에 석방됐는데, 집안에서는 전사한 것으로 간주해 제사까지 지냈던 터였다. 귀국 후 공산당 치하에서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결국 1950년 한국전쟁 와중에 가족과 함께 남하했다. 전쟁 당시 자리를
서릿발 기개로 승병 이끈사명당 초발심·호국정신 서려왜적의 칼바람에 조선의 국운이 기울어갈 때, 목탁 대신 칼을 잡았던 사명대사(四溟大師) 유정(惟政, 1544~1610) 스님. 어릴 때부터 총명했던 사명대사는 15세 때 김천 직지사에서 출가사문이 되었다.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실천한 선승(禪僧)이자, 왜적을 물리치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낸 의승장이기도 한 사명대사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사명대사길’이 직지사 인근에 조성됐다.‘난세영웅(亂世英雄)’. 세상이 평화로울 때는 진가가 드러나지 않지만, 전쟁 등 나라에 위
우리는 르네상스의 남상(濫觴, 기원)이자 중심지였던 피렌체(Firenze)로 향했다. 아펜니노 산맥에서 뻗어 내려온 산줄기를 아르노강이 수억 년에 걸쳐 다듬은 분지에 꽃이 흐드러졌고 사람들이 모여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창조했다. 이름 그대로 꽃마을(Fiorentina, 처음 이름은 두 강 사이의 마을이란 뜻으로 ‘Fluentia’). 기름진 땅과 풍부한 물, 맞춤한 기온, 밝은 태양 아래 무수한 꽃이 피어났다. 그 향기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천재의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이 자유롭고 창조적인 분위기 속에 그리스
詩와 함께 살아온 50여 년무한 에너지의 원천은 ‘어머니’신달자(愼達子, 78) 시인은 현대 문학사의 여성 시 영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와 함께 숨 쉬고 살아온 그녀는 최근 ‘만해대상 문예대상’을 수상했다. 8월 중순, 그녀를 분당 대광사 북카페에서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여든을 바라보는 원로 여류시인 신달자는 한국 여성 시를 개척한 대표시인으로 손꼽힌다. 1988년 펴낸 산문집 〈백치애인〉은 4년 뒤 영화화됐고, 1989년 쓴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는 이듬해 영화화, 3년 뒤 드라마로도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인사가 아무래도 좀 생뚱맞지요?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독자 여러분께 안부를 여쭈며 글을 시작해야 합니다. 본래 우리말에서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은 일종의 입버릇처럼 으레 건네는 인사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닙니다. 상대방과 자신의 ‘안녕’을 절실하게 걱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시절을 건너고 있기 때문입니다.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일명 코로나19의 기세가 한동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습니다. 그 사
곽재용 감독의 영화 ‘클래식’은 영상미가 뛰어난 순정만화 같은 영화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소년과 소녀가 가까워질 때쯤이다. 강가에서 소년이 소녀를 업고 목조다리를 건널 때 반딧불이가 날아올라 반짝이는 장면은 환상적이다. 소년이 빛나는 반딧불이를 잡아 소녀에게 건네줄 때 마주보는 그들의 눈도 반짝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강가의 밤풍경과 별빛 선을 그리며 날아오르는 반딧불이는 ‘클래식’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 주연급 조연이다.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시설 폐쇄조치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작년
나는 걱정이 참 많다. 하루의 대부분을 교통체증·인간관계·날씨 등 다양한 소재로 걱정한다. 좀 과한 날에는 꿈에서까지 걱정한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최악의 상황까지 걱정하고 나면, 그 뒤를 따라온 우울·짜증·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버린다.고등학교 때, 나의 과한 걱정을 걱정해 준 친구가 “널 대신해 걱정을 해 줄거야.”라며 ‘걱정 인형’을 선물해줬다. 인형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려는데, 엉뚱하게도 ‘걱정 인형의 걱정은 누가 걱정해 주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쓸데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