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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 초.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직해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한 달 쯤 지났을까? 퇴근길에 전철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천천히 걷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100m 달리기 선수마냥 전력질주를 했다. 그 때 ‘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마음이 여유로워야할 퇴근 시간에 저렇게 뛸까? 곧 다음 전철이 올 텐데, 참 여유 없이 사는군.’이라고 생각했다.얼마 전 퇴근길.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뛰고 있었다. 그 날, 급한 일은 커녕 사소한 약속조차 없었는데도 말이다.
오피니언
이강식 기자
2018.09.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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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20년 타던 자동차를 폐차할 때 기분이 묘했다. 생애 첫 차여서 애정도 각별했지만, 큰아들이 태어날 때 구입해 가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터라 더욱 그랬다. 이 차는 수동기어였는데 급경사로에 멈췄다가 출발할 때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창문도 손잡이를 잡고 돌려야 오르내리는 수동. 차량성능이 떨어지면서 운전 중 필자의 투덜거림이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아내 하는 말 “차 듣는데서 그런 말 하면 안돼요.”본의 아니게 큰아들 나이를 공개했는데, 필자의 집에는 큰아들보다 고연령의 냉장고와 세탁기가 있다. 둘은 올해로 23살 동갑
오피니언
윤완수 기자
2018.07.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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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가려면 여기서 내려야 하나요?”연거푸 묻지만 버스 운전기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난감한 표정의 이방인(異邦人)을 안심시키고자 대신 대답했다.“구인사는 종점이에요. 저도 구인사에 가니까 같이 갈래요?”“아! 감사합니다. 제가 한국에 온 지 삼일 되었는데, 당신이 저와 이야기를 나눈 첫 번째 사람이에요.”그 말에 묘한 안도감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단양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다 내리고 난 직후라 버스를 타고 있는 사람은 둘뿐. 시끄러워도 방해받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아담(A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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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욱희 기자
2018.05.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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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Kids Zone - 13세 이하 자녀를 동반하신 고객 분들은 옆 매장을 이용해주세요.”강화도에서 꽤나 인기 있다는 카페. 함께 간 지인 가족과 커피 한잔 마시려고 들어가려는데, 입구 안내 푯말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와 지인의 품안에는 돌도 안 된 갓난쟁이들이 아기띠에서 풀어 달라며 칭얼대고 있는데.뉴스에서만 보던 ‘노키즈존’이다. 처음 경험한 ‘출입거부’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그동안 ‘노키즈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곳에 갈 일이 있겠어?’하고 웃어넘겼었다. 그런데 막상 문전박대라니.‘노키즈존’은 영&t
오피니언
조용주 기자
2018.03.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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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어느 날, 한적한 농촌 마을의 옛 시골집. 강남 다녀 온 제비 식솔들이 처마에 집을 짓고 ‘지지배배~’ 노래로 새벽을 깨운다. 그 정겨운 노랫소리에 두 팔과 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켜고, 밤새 감았던 눈을 뜬다. 반짝이는 고운 햇살 한 줄기가 얼굴에 부서진다.마당엔 감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소나무, 꾸지뽕나무, 아주까리와 갖가지 계절 꽃 등 초목들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린다. 문을 열면 마주하는 겹겹의 산, 아침밥을 하는 이웃집의 굴뚝에서 뿜어내는 하얀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가 향기롭다. 언제 보아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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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식 기자
2018.02.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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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년 무술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신년 벽두, 가족이 모여 희망을 설계하고, 어떻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일 역시 행복이 목적이다. 그러나 행복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 ‘이런 것’이라며 정답을 내릴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것이 인간들이 느끼는 안타까움이다.행복은 물질적 불편과 부족함을 해소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첨단 과학문명이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삶의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지만 그만큼 행복이 비례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정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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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춘광 총무원장
2018.01.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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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과 아파트단지를 가리지 않고 오토바이들이 인도(人道)를 내달린다. ‘뚜벅이족’들은 대부분 이 질주의 위험성에 공감할 것이다. 달려서는 안 되는 길이란 걸 알기 때문인지, 클랙슨을 울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소음기를 통해 토해지는 굉음은 보행자에게 위협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도로교통법 상 오토바이가 불가피하게 인도를 지나야 할 경우에는 시동을 끈 상태로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수년 간 이렇게 교통법규를 지키는 운전자를 본 기억은 없다. 이런 이유로 범칙금을 발부하는 경찰관 역시 보지 못했다.# 얼마 전부터 동네 전철 역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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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수 기자
2017.12.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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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의 물이 있다. 반쯤 차 있는 물을 두고 누군가는 말한다. “물이 반이나 있네.” 또 다른 누군가는 말한다. “물이 반밖에 없네.” 낙관적인 사람과 비관적인 사람의 태도를 비교하는 이야기다. 어떤 이는 어딘가에 치우치지 않고 “물이 반 정도 있네.”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병에 든 액체가 ‘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일수사견(一水四見). 다시 물을 본다. 천계(天界)에 사는 신(神)은 물을 ‘보배로 장식된 땅’으로 본다. 천신 말고도 다른 존재들은 어떻게 물을 인식하고 있을까? 인간, 아귀, 물고기는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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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욱희 기자
2017.10.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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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지하철에서 ‘임산부 배려석’ 안내방송을 듣는다. 방송을 들은 후 자연스레 눈을 돌려 분홍색 시트로 표시된 임산부 배려석을 쳐다보면 역시나 자리에는 사람이 앉아 있다. 여성이 앉아 있으면 ‘임신한 티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겠지…….’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남성이나 누가 봐도 임산부가 아닐 것 같은 여성이 앉아 있을 때는 마음 한편에 우울한 생각이 자리 잡는다.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최근 들어 나이 든 어르신들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거나 노약자석에 앉은 임산부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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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기자
2017.08.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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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당전다승경 寂滅堂前多勝景길상봉상절섬애 吉祥峯上絶纖埃방황진일사전사 彷徨盡日思前事박모비풍기효대 薄暮悲風起孝臺적멸당 앞 빼어난 경치가 많고길상봉 위에는 한 점 티끌도 없어라.온종일 서성이며 지난 일 생각하니저물녘 효대에 슬픈 바람이 일어나네.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성지순례(聖地巡禮) 문화가 활발하다. 글로벌 시대,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종교 성지를 찾는 성지순례가 보편화 된 지 오래다.성지란 종교의 발상지나 중요한 유적지다. 그러한 성지를 찾아가 자신의 신앙심을 고취하며 종교적 신념을 굳건히 하는 것이 성지순례의 목적이다. 때문에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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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7.07.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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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부산에서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국민학교와 중학교 시절, 단골 소풍 장소이자 벗들과의 놀이터는 백양산(白陽山) 자락의 천년 고찰 선암사(仙巖寺) 옆에 있는 넓은 솔밭이었다. 그 솔밭에 들어서면 소나무가 뿜어내는 청아한 솔향기가 좋아 둥치를 껴안고 한참을 있을 정도로 소나무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이나 학원에서의 수업을 마치고 축 늘어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던 희망의 도반은 달〔月〕이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을 포함해 약 10년간 경주에서 신라의 달을 보고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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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식 기자
2017.07.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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